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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아이가 일을 해야 되죠?(1편)

N번째 근무 : ○○학교-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이해부족

by 하루

가끔 장애인 취업에 대해서


장애인도 장애인부모님도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다.

장애인이 취업되면 사업체가 나라에서 혜택을 받으니까 일을 시키는 흉내만 내고

진짜 일은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


사업체나 학교가 혜택을 받는지 아닌지는 나는 잘 모른다.

그것을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한들 일을 통해 갖게 되는 장점들을 생각하면

그 생각이 옳은지 모르겠다.


수입 외에 사회성 향상, 인지능력 향상, 대근육과 소근육의 발달, 근지구력, 그 외 자아성취감, 자존감 향상, 목표하는 바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리 쉽고 적은 일이라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아님(가명) 안녕하세요. 장애인직무지도원입니다. 출근날 학교 안에서 뵈면 될까요?"

여느 때처럼 사업체담당자님 이름, 훈련생 이름과 전화번호, 일 할 장소를 전달받고

근무 전 전화를 한다.


"아니. 내가 직무지도원 필요 없다고 했는데 왜 전화하세요!"

"네?"

불쾌함과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다시 복지관에 전화를 해서 확인했다.

"선생님. 그 분이 직무지도가 필요 없다고 하셨다는데요. 어떻게 된 건가요?"

"공단에서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에 선생님 그냥 가서 근무하시면 됩니다."


아. 이거 쉽지 않겠구나.







당일 애매한 시간 때문에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러 갔는데 학교 담당자님 출근 전이었다.

현아님은 출근시간이 되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현아님 출근 전에 학교 담당자님께 우리가 해야 될 일도 안내 받아야 돼서 먼저 상담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요?

현아님이 직무지도가 필요 없다고 해서 제가 어떻게 근무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직무지도가 필요하고요. 청소는 여기 A동을 해주시면 되는데 다른 곳은 매일 청소 안 하셔도 되고 1층 돌봄 교실 복도와 현관문, 창틀, 계단은 매일 청소 부탁드립니다."


출근 시간 15분 정도 지나서 현아님이 도착했고 일단 1층 복도와 계단 청소 후에는 휴게시간을 가져도 된다고 해서 그때 쉬기로 했다.

학교는 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춥고 쌀쌀했고 1층 복도만 빼고 복도와 창틀은 구석구석 다 먼지투성이었다.


"제가 안 와도 된다고 했는데 왜...왜 왔어요!"

"현아님. 저도 그러고 싶지만 공단에서 직무지도로 요청하셨기에 저도 이게 제 일이라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청소를 시작했다. 나름 꼼꼼하게 하셨는데 대걸레를 무거워하셨다. 5분 하다 쉬고 5분 하다 쉬고를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대걸레 잡는 법을 알려드리고 일부는 내가 도와드리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표정은 좋지 않았다. 대충 마무리되고 휴게실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다행히 휴게실은 뜨근뜨근 해서 쉬기에 좋았다.


"아니, 왜 자꾸 저에게 여기 하라 저기 하라 가르치세요? 전에 다른 학교도 근무해 봤어요. 거긴 여기처럼 안 시켰어요!"


'아. 이거였구나!'






휴게시간도 끝나고 퇴근시간이 다가와 먼저 행정실에 문의할 것이 있어서 갔다.


"현아님은 잘하시던가요?"

"글쎄요. 조금만 해도 힘들어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제가 도와드리면서 해야 될 것 같아요.

전 학교에선 많이 안 했다는데 제가 일을 뭔데 많이 시키냐고 해서......"


행정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사실 전 학교에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직무지도선생님을 요청했어요. 잘 할 수 있도록 지도부탁드려요.

그리고 사실 A동만 하는 게 아니라 더 해야 되는데 이미 줄여준 것이 거든요.

그리고 A동 교실 몇 개도 해주셔야 되는데... 그전에는 하셨는데...... 매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1개씩 2개의 교실 돌아가면서 바닥청소랑 쓰레기통 청소도 해야 되는데..."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계셨다.


마침 옆에 다른 환경미화원 선생님께서

"결국엔 우리가 다하라고요! 지금도 몇 동을 하는데, 못해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셨다.

"선생님. 제가 도우면서 저희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고마워요."


누가 보면 오지랖이다.

안 해도 되지 않겠냐고. 끝까지 우기라고.

물론 근무량이 많으면 그렇다.

사실 건물 1동이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뭐야. 너무 많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A동에 가보니 다른 동들보다 작았고 게다가 1개 층은 막아서 청소할 일도 없었다.

먼지가 많아 처음 1주는 힘들 것 같았지만 우리는 화장실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복도와 창틀만 하는 거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이 오지랖의 하나는 나의 개인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비장애인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장애인 스스로 '고립이라는 성'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애초에 적게 주었는데 거기서 더 하지 않고 계속 쉬는 모습만 보이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내가 떠나고 난 후 현아 님은 분명 더 외로워질 거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엔 그전 학교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하다가

자신이 장애인이라 왕따를 시키는구나 생각하며 스스로를 더 고립시킬 것이다.

그게 전혀 관심이 없는 분이면 상관없는데 현아 님과의 짧은 대화에서 어울리고 싶은데

'너희들은 얼마나 대단하다고 나를 왕따 시켜'하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형평성에 민감하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싫었다. 더구나 학교 환경미화원 선생님들은 다들 현아 님과 똑같은 급여를 받는데 일은 3배~5배까지도 늘어난다. 적어도 0.5배의 우리의 몫을 그분들께 떠넘기는 건 아니지 싶었다. 게다가 대부분 그분들은 연세가 많으시다. 건강하시며 소소한 용돈을 벌기 위해 나오시는 분도 있지만 의외로 아픈 몸을 이끌고 힘들게 돈을 벌러 나오시는 분도 있다. 그저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이 없을 뿐 매일 아침 한 움큼의 약을 입안에 털어놓고 살기 위해 나오시는 분도 있다. 다들 각자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거다.


할 수 있는데... 안 하겠다고?

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일을 안 하겠다고?

내가 1/2를 해주겠다는데?


"안녕히 가세요. 내일 또 뵈어요."


"아 진짜 저 필요 없다고요. 아 진짜. 오든지 말든지요!"

"그렇게 불편하시면 복지관에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안 나와도 된다고요.

그런데 전 지금 연락받은 내용이 없어서 잘 부탁드려요. 내일 뵈어요."



(그림 : 챗GPT 11/23 :1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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