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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대형식기구들이 몰려온다!(1편)

N번째 근무:○○기업 급식실-장애와 상관없이 핑계는 선생님!

by 하루

복지관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어쩌죠?

지우씨(가명)가 선생님이 자신이 일을 할 때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화만 낸다고 직장을 가지 않겠다고 하네요"

"네? 제가 그랬다구요?"

"제 생각에는 선생님이 그러실 것 같지 않지만 출근을 안하겠다고 하니 설득도 해야겠고 어찌된 상황인지, 근무태도가 어땠는지 알 수 있나요? 취업이 안되더라도 취업훈련을 3주는 열심히 해야 공단에서도 다음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내가 화만 내고 짜증을 냈다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이건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똑같네!


오래전 초등학교 학원강사를 6년간 했던 적이 있다.

학부모로부터 학생을 때렸다는 항의전화를 받았다. 정작 혼나서 맞은 친구(당시 체벌에 대한 규제가 없었고 사실 친구들을 체벌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저 화를 삭히며 달랠뿐.)는 어머님께 전화를 하니 웃으며 안그래도 아들이 와서 자기가 선생님을 엄청 화나게 했다고...그래서 맞았다고 다음엔 선생님을 화나게 만들지 않겠다고 반성했단다.


그런데 정작 때리지도 않은 학생의 부모님께 항의전화를 받았다. 알고보니 숙제를 안해서 체벌은 수학선생님께 받고 핑계는 나를 댄 것이다. 억울했다.


해명을 했는데 웃긴 건,

"아우, 선생님이 얼마나 못 가르치면 우리 애가 그럴까요. 참 능력이 없으시네요!"

말문이 막혀서 아무 대답도 못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또 겪네.

나란 존재가 얼마나 물렁해보이고 카리스마가 없으면 이렇게 사람을 무시할 수 있을까 싶은 서운함이 들었다.






자총지종을 얘기해야 됐었다.


"선생님. 아무래도 이건 제 생각인데 급식일이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여기가 점심 직원 식사수가 대략 600명 이상이고 그러다보니 급식실이 진짜 커요.

바트랑 여러 기구들이 초대형이라 저도 당황해서 배우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지우씨가 키 크고 체구가 있어서 힘 쓸 것 같아보여도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오히려 체중이 많이 나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할 때가 많아요. 설거지 할 때는 똑바로 서서 하지도 못하고 거의 씽크대에 몸을 기대면서 하느라 지금 제가 2/3 이상을 하면서 교육을 시키고 있거든요."


"그럼, 제가 설득해서 일단 지우씨를 데리고 같이 출근을 할께요. 그리고 급식실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복지관 담당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다음날 만나 같이 출근했다.

점심시간 준비로 바쁜 급식실이였다. 지금껏 급식실을 여러번 다녔지만 너무 큰 솥단지와 긴 릴호스에, 평균의 2배 이상 큰 바트, 항아리 접시, 한아름 품에 안겨야 들어지는 음료수 통에 솔직히 감당히 안됐다. 무겁고 커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항아리를 들 때는 깨트릴 것 같아서 조심조심 내가 옮겼다.


분명 처음 출근했을 때 담당자님은 아주 쉽다고 말했다.

"여기 느려도 좋으니 설거지만 깨끗하게 해주면 된다고 하네요. 어려울 것이 없어요."


하하하~~역시 인생은 복불복이라니까!


일을 가르쳐야 되서 처음엔 같이 여러번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지우씨는 힘들었는지 하염없이 일이 느려지고 있었다.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기에도 힘든 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휘청이며 힘없이 벌어지고 말았다. 몸은 결국 씽크대에 걸쳐졌고 얼굴은 구겨졌으며 웃음기도 사라진 채 온몸으로 힘들다고 아우성을 쳐댔다. 그럴수록 결국엔 교육보다 시간에 쫓겨 내가 하기 바빴다. 이게 아닌데...


마침내 주방 총괄 쉐프님이 오셔서 말씀하셨다.

"저, 절대 도와주시지 마시구요. 사실 이렇게 못하면 취업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이 가장 속상하다.

분명 복지관에선 일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는데...사업체는 늘 복지관선생님께 하는 말과 나에게 하는 말이 달랐다.






복지관선생님이 어르고 달래 지우씨를 데리고 왔다. 선생님께 설거지양과 바트(급식실에서 사용하는 반찬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크기, 각종 솥단지 크기, 항아리 접시 등 다양한 기구들을 직접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선생님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결론은 이렇게 났다.

지우씨는 취업은 어렵지만 최대한 나의 도움을 받아 설거지 등을 배우고

무조건 훈련기간 3주는 채우는 걸로!


보통 이 기간을 통해 사업체는 훈련생이 직무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훈련생은 훈련생대로 이 일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다닐만한 회사인지 파악한다.


3주가 중요한 이유는 공단에서도 이 3주를 채워야 적어도 성실함을 체크할 수 있고 취업 의지가 있는 다른 친구의 기회를 뺏지 않고 각자에 맞는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우씨.내가 많이 도와줄테니 담엔 힘들면 선생님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고 3주를 채워야 돼. 그래야 지우씨에게 다음에 일 할 기회가 주어져. 할 수 있겠지?"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지만 수긍을 하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냈다.


처음보는 대형 급식도구들은 보기만 해도 어질했다. 게다가 진짜 너무 큰 초대형 기구들은 나조차도 세척방법을 몰랐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들 자신들의 일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갈 뿐이었다.

다행히 손이 필요할 때 눈치껏 급식실 선생님의 일을 도와주면서 친해지자 그제서야 시간을 내시어 릴호스를 통한 대형식기구들 닦는 방법, 큰 솥단지, 밥솥 닦는 법을 틈틈히 알려주셨다.






"지우씨 힘들어?"

"네. 그냥 다 힘들어요. 재미도 없구요. 그리고 외로워요."

"응?"


엉뚱한 대답에 갸우뚱해졌다.

일하기 바쁜데 외롭다고?

급식실이 최근 건물이라 매우 쾌적했는데 주방이 식기구들만큼 크고 광활했다.


우리가 일하는 동안에는 급식선생님들은 홀에서 뒷정리를 하느라 바빠서 누구도 지우씨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지우씨는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 써주지 않는 그 상황 자체를 외로워하고 견디기 힘들어 했다.


1주일 정도 지나니 텅빈 급식실에서 설거지에 쌓여 대화 한마디 없이 일하는 것이

왠지 외딴 섬에 홀로 이 친구와 둘이 남겨진 느낌이었다.


쾌적하고 넓어서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지우씨는 내내 외롭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제야 지우씨가 어떤 성향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지탱하면서 일하기에는 급식실은 버거운 곳이었고 말은 어눌해도 쉼없이 말하고 누군가와 떠들고 웃고 싶은 그런 20대, 꾸미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 그 또래의 친구였던 것이다.


다행히 이번엔 복지관을 통해 연계된 일자리라 선생님이 관심이 많으셨다.


선생님께 다음에 올 친구는 무조건!

첫째, 누구와도 대화하는 것이 싫고

둘째, 겉모습이 아닌 진짜로 힘 좋은 남자친구이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적합한 친구가 마침 딱 1명 있다고 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남자 친구인데 키도 크고 실제로 힘도 좋고 누구와 대화하는 것도 싫어하고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쿨가이씨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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