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근무 : ○○기업 - 대형 급식실에 어울리는 쿨가이씨와의 만남.
"선생님. 다음에 올 친구는 누구와도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고, 겉모습이 아닌 진짜로 힘 좋은 남자친구이면 좋겠는데 그런 친구가 있을까요?"
"마침, 딱 1명 있어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남자 친구인데 키도 크고 실제로 힘도 좋고 누구와 대화하는 것도 싫어하고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취업이 어려웠던 점도 있었는데 그 친구가 딱 떠오르네요"
쿨가이씨와의 만남!
3주간의 힘든 일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만난 남자 친구는 '쿨가이'(너무 쿨해서 내가 마음 속으로 붙인 별명)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쿨가이(Cool guy)는 상황에 따라 좋은 의미와 반어적, 농담적 의미 두가지로 다 쓰인다고 한다.
진짜 칭찬일 때는 "와, 쿨가이네!"라는 의미는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 여유있고 침착한 사람, 스타일리시하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남자를 의미한다.
반어나 농담의 의미로 "쿨가이네요!" 할 때는 잘난 척하거나 시크하게 구는 사람을 살짝 비꼴 때 쓰는 의미라고 한다.
얼결에 맘 속으로 붙인 별명은 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명칭이었다.
키 180에 적당한 체구, 스타일리시하게 묶은 긴 머리, 일할 때 모습은 차분함 그 자체. 반면 한결같은 단답형과 시크한 무반응! 그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폐성 장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첫날 그에게 바트와 각종 기구들, 대형 밥솥, 릴호스를 이용한 대형 솥단지 세척방법을 알려주었다.
기본적인 것을 세세하게 가르치고 나자 갑자기 쿨가이씨가 말했다.
"선생님.제 일이잖아요.
이제 기본적인 것을 알았으니 더이상 말하지 마세요. 도와주시지 않아도 되요.
제 방식대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간섭을 싫어하고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켜보기만 하기로 약속했다.
신기하게 쿨가이씨는 급식실 총괄쉐프님 질문에는 대답을 즉각적으로 빠르고 시원하게 잘했다.
이틀이 지나자 더이상 내가 할 일이 없었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취업이 확정됐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야호~~~~!
지도할 일이 없는데다 쿨가이씨는 내가 지켜보는 것마저 싫어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될지 몰랐다. 그러다보니 습관적으로 핸드폰만 봐서 안되겠다 싶었는데 속이 후련했다.
원래 일주일 직무지도였는데 3일로 줄어들었다.
취업 전 훈련은 짧을수록 급여 부분에서 훈련생에게 도움이 된다.
빠르게 계약서를 쓰고 정식 근로자가 되면 훈련비가 아닌 제대로 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장애인분들은 급식일은 쉽다고 생각한다. 힘만 쓰면 되니까.
그리고 얼마나 일을 시키겠어? 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부분이 복지관이나 공단의 말과 달라도 너무 다른 부분이다.
"바트랑 뭐, 설거지 조금 해주고 바닥청소랑 식탁만 닦아주면 된다네요.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나 현실은? 매번 사업체에서 듣는 말 "선생님. 이러면 취업이 곤란합니다."
사업체는 한 사람 분량은 아니더라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임금체계를 가져가는 것만큼 형평성의 문제도 있어서 적어도 2/3정도는 해주기를 원한다.
복지관은 고작 1/10 정도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와, 잘했어요!"
칭찬 퍼레이드~~~ 물론 복지관이니까 그게 맞다.
하지만 여기는 실습기관이 아니라 어엿한 '직장'이고 장애인도 '직장인'이다.
비장애인에게도 경험이 없으면 급식일은 힘들다. 하물며 장애인에게. 다행히 적당히 주시는 곳도 많다.
그러나 복지관의 체험강도와는 급이 다르다. 직장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여튼 친구들이 키만 컸지. 생각보다 힘도 없고 힘을 사용할 줄도 모른다. 대근육이 발달했지만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 둘 다 발달되어 있지만 사용할 줄 모르는 경우, 개개인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다 다르다.
그래서 급식일은 복불복이고 운 나쁘게 호된 경험을 하신 직무지도 선생님들은 급식 직무지도를 꺼리시기도 한다. 훈련생이 하지 못하면 그 일은 당연히 직무지도 선생님의 몫으로 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것 또한 사업체마다, 담당자님의 가치관마다 다르다. 여기에 급식실은 여러모로 안전에 신경이 쓰인다. 사고는 늘 한순간이라 긴장의 연속이다. 일도 하랴 훈련생도 챙기랴...바쁘다 바뻐.
다행히 나는 마지막에 쿨가이씨를 통해 편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이후 그 회사에 오전 홀담당 직무지도로 가게 됐는데 쿨가이씨는 업무를 퍼펙트하게 잘 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머쓱하게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푸하하하.
딱 자기 윗분들에게만 인사하는 그만의 방식!
쿨가이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일은 재밌어요?"
"재미로 하나요. 일이니까 하죠."
그렇지.일이니까 하지. 현실에선 꿈이 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돈은 벌어야 되니까. 근데 나두 그래.
팁> 급식실은 늘 안전사고가 따름입니다.
직무지도선생님들은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급식실은 늘 위험합니다.
두번째는 역시 일을 스스로 잘하도록 교육시키는 것이겠죠. 거기에 기본 직장예절 교육은 필수입니다.
세번째는 상황에 따라 복지관이나 공단을 통해 사업체와 조율을 하여 업무조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그러나 현실적으론 복불복!
대개는 사업체 담당자님들의 의지와 그곳의 분위기, 원래의 업무강도에 따라 다릅니다.
장애인의 취업을 공단이나 복지관이 도움을 주고 업무조정을 조율할 수 있지만 취업 후 장애인은 사업체의 근로자이기 때문에 무조건 줄여달라 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사항> 직무지도는 2가지로 나뉩니다.
1. 취업 전 직무지도(보통 3주~4주)
- 아직 근로자가 되지 않은 수습기간입니다. 이 때를 훈련생이라 부릅니다.
훈련생은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훈련기간으로 작은 금액의 훈련비를 받고 3주를 다 채우면 별도의 축하금을 받습니다.
사업체에 따라, 훈련생에 따라, 사업체 판단에 의해 취업 전 직무지도를 짧게 끝내고 계약서를 쓰기도 합니다.(보통은 3주의 훈련기간을 거치지만 이것 또한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가장 짧았던 기간이 쿨가이씨를 만난 3일! 훈련생 일 때는 급여는 장애인공단을 통해서 훈련이 끝나고 나면 지급받습니다.)
2. 취업 후 적응지도(보통 3주~4주)
-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한 달 이상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 때는 훈련생이 아닌 근로자입니다.
계약서를 쓴 상황입니다. 직장인이 된 것입니다. 이 때는 보통 시급으로 계산하지만 일에 따라 더 높은 금액의 급여(월급)를 받기도 합니다. 계약서 작성 후 4시간 알바이므로 주급, 월차가 다 있습니다. 사업체의 근로자로 일하는 것이기에 사업체에서 급여를 받습니다. 계약서 작성 때 부모님을 동반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계약서를 같이 살피고 부모님께 보냅니다.
사진:챗GPT를 이용한 대형 급식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