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우리 아이가 일을 해야 되죠?(2편)

N번째 근무 : ○○학교-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이해부족

by 하루

"지 진짜 저 필요 없다고요. 오든지 말든지요!"


솔직히 난감하면서 기분은 좋지 않았다.

속으로 "어쩌라구요!"를 외치며 퇴근했다.

예상대로 다음날 어머님이 오셨다.







현아 님 어머님이 음료수 박스를 들고 오셨다.

음료수는 환경미화원 선생님들과 다같이 나누어 마셨다.


여기서 먼저 말해둘 것이 있다.

그동안 나는 대부분 젊은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근무를 했었다.

그래서 보통 ○○씨라고 불렀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혼을 내기도 하면서 가르쳤다.

중간에 나와 비슷한 또래 분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지도라기보다 밀린 업무를 처음에 잠시 도와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중년층이었다. 내가 젊어 보이지는 않을건데 본인이 나이가 있다 보니 직무지도원이 더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40대가 넘는 나이에 직무지도원이 와서 자신을 가르친다고? 아마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해가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나이를 밝혔다.

"현아 님. 저 50대입니다. 혹시 제가 어려 보이지는 않을 것 같지만 불편하시더라도

저도 나이가 많으니 같이 업무를 도와드리며 지도하는 것 괜찮겠지요?"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선생님이 일을 다 하셔야지 왜 제 아이가 일을 해요?

아니, 학교가 나라에서 장애인 고용하고 그러면 다 돈 혜택 받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전 학교에선 일 안 했어요.

그런데 왜 일 시키세요?

그리고 선생님 월급 많이 받잖아요. 선생님이 하셔야죠!"

웃으면서 촌철살인 같은 말들을 뱉으셨다.


"어머님. 정말 연세에 비해 젊고 예뻐 보이셔요."

일단 미모 칭찬 퍼레이드! 진짜로 젊어 보이셔서 깜짝 놀라긴 했다.


"근데요. 어머님. 저 돈 많이 안 받아요.

저도 시급 받아요. 시간당 시급이요.

그리고 저희는 한 달 이상이나 했을 때 월차가 있는 거고 그것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못써요. 그리고 1년 계약도 아니어서 퇴직금도 없습니다. 저도 집이 멀어서 아침부터 굶고 정신없이 나오는 거고요. 제가 장애인이 아닐 뿐이지 아픈 데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학교가 혜택을 받는지 아닌지는 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곳 학교에 와보니 일하는 근무환경이 좋아요. 일단 행정실 담당선생님이 좋으시고요. 같이 일하시는 환경미화원 선생님들이 좋으시고요. 휴게실도 따뜻하고 참 좋아요. 제가 다른 곳도 가보았지만 여기가 사실 일하기가 너무 좋네요."

진심이었다. 이만한 환경이 많지 않다.


"그러니 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시고요.

일도 제가 절반 이상을 도와드릴 거예요.

혼자 다 하도록 두지 않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일도 하지만 업무량과 근무하시는 분에 따라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직무지도 선생님들이 일을 나누어서 도와주시기도 해요. 그러니 어머님. 오해 마시고 걱정 안 하셔도 되고 현아님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말씀 주세요."


그제야 어머님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현아님은 발달장애인이라 말하기는 그렇다.

왜냐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서 인지가 떨어졌고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말이 어눌해져 버렸다. 그래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40대면 서서히 체중이 증가할 시기여서 이미 체중도 늘었고 그 때문에 무릎도 아팠다. 무릎통증을 자주 호소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고 부모님 또한 옥이야 금이야 키운 소중한 딸이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다른 인생을 산다는 것이 많이 안타까우셨을 거다.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월급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니까 일을 안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결국엔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다르다'라는 선긋기를 하는 지점이 되고 만다.


스스로를 나는 당신들과 다르니 그에 걸맞은 배려만 해달라고 하는 것은

'동정과 배려'의 한 끗 차이처럼 묘하게 다르고 '비장애인라 받는 역차별'을 느끼게 한다.


그럼 그 순간 '멀리 해야지', '조심해야지', '배려'가 아닌 '그림자 취급'을 하게 된다.

장애인이라 그들이 조심스러워진다.

다들 안다.

자칫하면 그들로 인해 자신들의 일상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특히 나 같은 '을'의 입장에서는 더 조심스럽다.






물론 일 자체가 불가능한 장애인이 더 많다.

그런 친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데 급여는 받으면서 안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친구들을 말하는 것이다.

현아 님도 그동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모든 장애인 친구들이 좋은 취업의 기회를 갖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처럼 일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때로는 일이 힘들어서 3개월도 못 채우고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제야 현아님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점차 일을 하는데 표정이 밝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걸레질도 잘하셨고 내가 얘기를 많이 들어주니 무척 좋아하셨다.


"제, 제가 말을 더듬어서요"

"괜찮아요. 그런 사고를 당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옆에선

"선생님은 어떻게 다 알아들어?" 라고 묻는다.

"글쎄요. 다 알아듣겠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과 점차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현아님도 말이 많이 늘고 덜 떠듬거렸다.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퇴근도 같이 해서 가는 동안 잠시 수다를 떨기도 했다.

두 달 정도 그렇게 일을 했던 것 같다.

원래 11월 말까지 직무지도였는데 안타깝게 나에겐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문자로 끝까지 같이 업무를 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이유! 슬프다.

나도 뭔가 제대로 하루 종일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은데.... 더 나이가 들면 써 줄 곳도 없을 텐데...


그래서 여전히 난 이 직업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나의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덜 고통스러워하며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장애인직무지도라는 직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알바 같은 직업이지만 소중한 나의 직업! 제발 죽기 직전까지 돈을 벌어야 되는데...






장애인이라는 상황이 힘들겠지만 세상에는 그들처럼 피치못할 사정으로 절박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표현하지 않았을 뿐 매일 벼랑 끝에서 이 삶을 유지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를 고민한다.


장애인들처럼 그들 또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고 또 어렵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 비장애인 선긋기를 하지 않는다.

동정도 하지 않는다. 그들도 원하지 않는 동정!

대신 '배려'를 한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내가 내어주는 '배려'만큼 배려받기를 원한다. 그게 옳다!


'당연한 배려'란 없다.

그래서 나에게 오는

어린 친구들에겐 '배려의 당연하지 않음'을 교육시키고 '배려의 아름다움'을 가르친다.



♡독자님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덧 근무한지 7년이 되가네요.

많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조금 더딜 뿐 우리처럼 하고 싶은 것 많고 인정받고 싶고 그런 친구들이였습니다. 물론 아닌 친구도 있구요.

다양한 경험담을 더 쓰고 싶은데 제가 좀 정신적으로 힘이 들고 집중이 어렵다보니 당분간 쉬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연재를 끝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정돈하여 새로운 연재로 만나뵙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 구독 감사했습니다.

keyword
이전 11화왜 우리 아이가 일을 해야 되죠?(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