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근무 : ○○병원 - 제가 여기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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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항상 가던 병원에서 들어온 직무지도였다. 한달 근무였다.
수술세척실에서 근무란다.
수술세척실? 아니 거기서 뭘 할 수 있다는거지?
기구들을 엄청 깨끗히 닦고 위생적이어야 되는데 가능한거야? 걱정이 먼저 앞섰다.
게다가 사전훈련을 같이 가야됐는데 지금 하는 곳과 하루 날짜가 겹쳐서 복지관선생님이 다녀오셨다.
다녀오신 후 훈련생의 능력과 성격, 업무 등을 말씀주시기로 했다.
이후 내가 어디에서 만나서 절차를 밟고 들어가야 되는지도 말씀주시기로 했다.
"선생님, 이번 친구는 인지도 좋고 힘도 좋아서 선생님이 신경쓸 것은 많지 않을 듯해요. 단지 인지가 좋다보니 자기만의 원칙이나 룰이 있어서 고집이 쎄다고 해야될까요. 잘못된 점이 있을 때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
"네~~~에~~~~"
이런 경우도 쉽지 않아서 한숨을 내쉬며 갔다.
맘 속으론 '그래, 어차피 매번 복불복이었어, 사람마다 친구들의 태도도 다르니까 일단 부딪혀보자'
30분 일찍 출근해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키도 크고 인물도 훈훈한 외모의 청년이 들어왔다. 눈빛도 말하는 것도 전혀 장애가 보이지 않았다.
"석진씨(가명). 제가 이번에 석진씨를 맡을 직무지도원이예요. 직무선생님이 필요없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나라방침이 있고 저도 제 일을 하러 온 것이니 불편해도 잘 부탁드려요."
조심스러웠다.
"저는 선생님이 안계셔도 되는데..."
"알고 있어요. 제가 딱 봐도 그렇게 보여요. 그렇지만 일단 저도 제 일이니 부탁드릴께요"
인사부터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막상 며칠 있다보니 약간의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주기로 했다. 병원근무라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는데 절차가 복잡해서 다음날 출근 1시간 전 만나서 가정의학과를 같이 가기로 했다. 온라인 영상교육은 집에서 혼자 해 볼 수 있겠다고 말해서 본인에게 맡겼다.
수술실에서 세척된 볼들과 거대한 수술도구들을 면포로 포장하고 3번 포와 2번 포를 펼쳐서 쟁여두고 실링지 라벨을 붙여 소독물품을 정리하고 다시 소독실에 갖다두는 작업들을 했다. 세제나 소독용품, 행주가 부족할 때도 채워넣는 역할을 했다. 다행히 세척이 아니라 세척에 필요한 물품들을 수시로 채우고 세척된 볼들을 포장하고 다 포장된 것들이 카트에 채워지면 중앙소독실로 옮기는 일을 했다.
도구들을 포장하는 여러 크기의 면포들은 무거웠다. 10kg이 넘는 무거운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카트에 잘 옮겨 담았다. 면포는 안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충분히 작업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이 펼쳐주고, 수시로 나오는 작은 볼들은 직접 포장하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생각보다 능숙했다. 수술세척실 선생님들이 인사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석진씨 모습에 무척이나 흡족해하셨다.
1주가 끝나고 2주째가 되던 날이었다.
석진씨가 오지를 않았다.
전화를 하니 수술실 안에는 들어왔는데 유니폼을 못 받아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나가서 석진씨를 만나 직통전화로 소속을 밝히고 비번을 받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날은 나도 당황해서 간신히 옷을 받고 들어갔던 날이였다. 그동안 무엇이든 척척 알아서 하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수술실은 특수한 곳이라 외부출입이나 유니폼 등에 관리가 철저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출입증이 있거나 전화를 해야만 했다. 게다가 수술실에서 입는 유니폼은 자동으로 기계에서 발급받아야 됐는데 그게 매번 주말이 끝나고 오면 비번이 바뀌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직통 전화로 간호사님께 수술세척시 보조 직원 ○○○라고 말씀드리고 비번을 받아 옷을 받아 입어야 했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도움이 필요해서 직무지도가 필요했구나 생각했다. 그 외에는 너무도 잘해주었다. 우려했던 것보다 지시하는 사항에 대해 수용적이었고 귀를 기울이며 열심이였다.
최대한 나는 지켜보기로만 했다.
공간도 협소해서 도와줄 상황도 아니었고 본인이 야무져서 크게 가르칠 것도 없었다.
가끔 선생님들 허락하에 바쁘지 않을 때는 10분정도의 휴게시간도 가졌다. 잘할수록 업무가 늘었났지만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고 본인도 원해서 격려해주고 지켜보기만 했다.
석진씨에겐 성취감이 중요했다.
수술세척시방 선생님들께 자주 문의했다.
"지금 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나요?"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고 있나요?"
"어우. 석진씨. 너무 잘해. 우린 덕분에 빨리빨리 할 수 있어서 넘 고맙지."
선생님들의 인정에 뿌듯해 했다.
"전 제 일이 가치가 있고 도움이 되어 인정받고 싶어요!"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어하는 젊은 친구!
그랬구나. 일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친구였구나!
처음이였다.
대개는 그저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래도 누구는 그 안에서 열심히 일했고,
누구는 최대한 일을 하지 않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갖은 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물론 간혹 자기적성과 잘 맞아서 재미있게 하는 친구도 두셋은 있었다.
적성에 맞아 변화되는 친구를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기확신에 가득차 '일의 보람'을 중요시하는 친구는 처음이었다.
석진씨는 나날이 뿌듯해 하고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았다.
멋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에 석진씨가 핸드크림을 선물해줬다.
잘 지도해주어서 고맙다고. 나도 간단한 선물을 줬다. 잘해줘서 고맙다고.
중간에 아픈 날이 있었는데 내가 30분만 휴게실에서 쉬다 와도 안전하게 잘 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선생님들도 석진씨도 흔쾌히 쉬다 오라고 했다. 아픈 나를 배려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성취감에 의미를 두고 재밌게 일하는 석진씨가 멋있다고 느꼈다.
어느날 1년 후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저..재계약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아. 진짜요? 너무 잘 됐다. 석진씨가 잘해줘서 그런거지.
내가 뭘 해줘겠어. 이렇게 연락도 주고 너무 고마워~~"
듣던 중 반갑고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석진씨. 앞으로도 늘 홧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