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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오 Jun 13. 2024

오 나의 개껌님

#소유에 대한 사유

      

우리 집 강아지는 두 살이 조금 넘은 비숑이다.  

설날에 처음 만나서 떡국이로 부르기로 했다

개에게 음식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는 말이 가족들의 마음에 닿은 까닭이기도 하다.

떡국이는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헛짖음도 없다가족들이 밥을 먹을 때면 식탁 옆에서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고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리며 반갑게 뛰어온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졸졸 따라와 발매트 위에 앉아 기다린다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서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곁에 찰싹 붙어 있다너무 붙어 있다 보니 어느 날은 내 허벅지가 개 방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어이없이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런 떡국이에게 어느 날 건조된 치킨이 둘둘 말려있는 커다란 개껌이 생겼다

사료 택배 속에 도착한 사은품이었다작은 수제 간식은 가끔 줬지만 자기 앞다리 크기만 한 아주 커다란 뼈다귀 모양의 개껌은 처음이었다.  


모든 일은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말려있는 치킨은 이미 깨끗이 뜯어먹은 후였지만 하얗게 남은 큰 뼈모양의 껌에 심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가족 중  누군가  그 껌에 가까이 가려하면 으르렁대며 사수했다키우며 처음 보는 반응이 재밌었던 남편과 아들은 강아지가 잠시 한눈을 팔면,  그 껌이 놓인 곳으로 몸을 움찔 움직였다

그러면 강아지는  뒷다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헛발질을 하며 개껌을 향해 급하게 돌진했다나는 드디어 2년 만에 개방석에서 벗어나고야 말았다항상 안방 침대옆 쿠션에서 잠을 자던 떡국이는 거실 자기 집 깊숙이 개껌을 숨겨두고 그 위에 올라앉아 선 잠을 자며 지켰다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며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며 안절부절못해했다. 참다가 배가 고파지면 그제야 사료를 허겁지겁 먹고 눈치를 살피며 그 개껌을 향해 달려가고쉴 때조차 껌을 턱받침 삼아 엎드려 잠들었다.

 산책을 가자고 해도 끙끙대며 두고 나갈 개껌 주변만 맴돌았다밤새 껌을 지키느라 긴장했는지 가족들이 다 나가고 아무도 집에 없을 때 밀린 잠을 잤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일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지키려는 사람도 사실 매우 고통스럽다.

나에게 저 뼈다귀 개껌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생각해 보았다.

나는 무엇을 지키느라 하루를 발버둥 치며 사는 걸까문뜩 궁금했졌다.

자식일까부동산일까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일까?


오래전뉴스에 폐지 줍는 할머니가 나와 허름한 반지하에 사는 고된 삶을 보여주었다폐지를 주은 돈조차 한 푼도 안 쓰고, 요구르트 한 병 사 먹는 것 도 아까워했다. 주변 사람들은 멀쩡한 빌라 건물이 있지만 자식에게 남겨 주려고 할머니는 하루 종일 폐지를 줍는다 했다이미 자식들은 할머니를 찾아오지도 않은지 몇 년이나 지났었다그 할머니에게는 찾아오지도 않는 자식이 개껌일까아니면 그림의 떡인 그 빌라가 개껌일까?     

오늘은 남편에게 아무래도 저 개껌을 빼앗아야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남편은 

-그냥 둬. 저렇게 무언가를 지키려는 고통 또한 본인에겐 행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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