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반에게
2024년이 3일 남았네. 체험학습 기간 잘 보내고 있니? 이제 월요일이 되면 긴 학창 시절을 마감하는구나. 졸업식날 마지막 종례를 하겠지만 차근차근 선생님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조금 긴 편지글을 남겨보려 해.
길게는 3년 동안 선생님의 국어 수업을 들은 친구들도 있지. 1학년 국어, 2학년 문학, 독서, 3학년 화작, 심화국어까지 나에게 배우느라 지겹기도 했을 텐데 끝까지 착실하게 수업 잘 들어주어서 고마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
그리고 3학년 2반 담임을 맡으며 여러분의 진로와 대학교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선생님도 노력했지만 과정과 결과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친구들도 있을 거야. 앞으로 긴 인생을 생각하면 지금 조금 늦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너무 급하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았으면 해. 중심을 잡고 느긋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햇살을 받으며 기뻐하는 날이 올 거야.
선생님은 여러분이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끼고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그렇게 자신을 외적, 내적으로 건강하고 소중하게 가꾸다 보면 결이 맞는 사람들이 곁으로 오게 된단다. 그러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외롭지 않게 되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상처 주는 일이 없게 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 예의를 갖추고 다정한 말을 나누며, 서로 돕고 사는 인류애를 발휘하면 좋겠어.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과 글로 잘 표현하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해. 매일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이라도 적어보는 습관을 가지면 도움이 된단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고 선생님을 잘 따라주어 고마웠어. 나는 여러분 곁에 한 시절 머물며 여러분을 지키고 지도했던, 여러분보다 오래 산 한 명의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그 시절인연으로 행복했고, 보람 있었어.
이제 뒤돌아보지 말고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가렴.
화작 수업 마지막 시간에 했던 말로 편지를 마무리할게.
‘길 위에 홀로 설 모든 사람들에게 나바호족 인디언의 인사말을 건넨다.
“호조니”
- 당신이 아름다움 속에서 걷게 되기를.’
호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