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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iajero

Viajero-Japan Amakusa

by Dear Luna


미스미 니시항을 지나 아마쿠사로 향하는 길 오른쪽으로 바다가 이어지고 있었고,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석양은 오른쪽 운전석과 그 옆 백미러 사이로 보였고, 오른쪽 뒷좌석에 앉은 나는 석양으로 물든 하늘을 실컷 감상했다. 미스미항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가는 편을 택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에 산책을 나왔을 때 길에는 가로등조차 비추고 있지 않았다. 고요하고 적막한 거리의 불 꺼진 집들을 지나쳐 가며, 사람이 살고 있는지, 빈집인지 궁금했다. 거리엔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몇몇 가게들만이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어 인기척을 간신히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함께 여행을 떠난 지인이 구마모토 근처 섬에 가보자고 했을 때, 구글맵을 보며 거리를 가늠해 보고 아마쿠사 정도에 숙소를 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내가 고른 곳이었다. 호텔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마쿠사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가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비워내야 할 것이 밀려와 잔뜩 쌓여가고 있었다. 분명 비워가고 있었지만 내 속도는 밀려오는 것들의 속도에 비해 너무 느렸다. 천천히 가고 싶었다. 하나씩 차근차근 정돈하고 버리고 떠나고 싶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게가 나를 짓눌러도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아 안간힘을 썼었다. 시간이 꽤 지난 어느 날, 나는 텅 빈 방에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기운도 없고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것뿐이었다.


“어쩌면 조금 늦게 아마쿠사에 온 것 같았다.“


날이 밝고 숙소 앞 작은 항구를 바라보았다. 어둠에 묻혀 어제 보지 못했던 잔잔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맑은 공기가 기분 좋아 심호흡을 했다. 바람이 제법 차가운 겨울 아침이었다. 호텔의 소박하고 작은 욕탕에 앉아 따뜻한 물로 피로를 풀었다. 몸을 씻고, 정갈한 아침을 먹고 나니 기운이 났다.


“이제 조금씩 채워나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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