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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유물들의 찬란한 반란

덕수궁 비귀속 유물 전시회 [땅의 조각, 피어나다.]

by 조인선

발굴 과정에서 부서지고 훼손되어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B급 유적들이

궁궐 한켠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낸 멋진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11월 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덕수궁 함녕전과 덕홍전에서 [비귀속 유물]을 활용한 작품들이 예담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최된 기획 전시입니다.

비귀속 유물(발견·발굴 유물 중 국가 귀속유산으로 선정되지 않은 유물)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온 결과로

기획된 첫 전시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대부분 발굴 현장에서 나오는 유물 중에서는 온전한 상태로 나와 국가에 귀속되는 유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깨진 상태로 발견되는데요.


이러한 ‘비귀속 유물’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가유산청은 2022년부터 권역별로 유휴공간을 활용해 비귀속 유물을 보관, 관리하는 ‘예담고(庫)’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총 4곳의 예담고가 있습니다.

온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제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던 유적들은 여덟 명의 작가와 자연의 원물을 만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품으로 재탄생하는 시각적 모멘텀을 구현해 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오브제는 금가고 이가 나간 토기, 부서진 석기, 깨진 청자와 기와들인데요.

전시를 보는 내내 완벽을 위해 경쟁하듯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나지막이 위로를 건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당신이 지닌 아름다움은 이미 충분하다고.."


그동안 불편한 진실처럼 감춰졌던 이름 없던 유물들의 상처를 당당히 드러냄으로써 나다운 아름다움, 미의 다양성에 대해 사유할 수 있었던 전시였어요.

관람을 마친 후 문득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전시명 : 땅의 조각, 피어나다.(입장료 무료, 덕수궁 입장료 별도)

*기간 : 2025년 11월 4일 ~ 11월 16일

*장소 : 서울시 중구 덕수궁 내 (덕홍전 및 함녕전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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