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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사 Aug 12. 2024

걷기를 추앙하다

버티는 힘, 견디는 힘을 주는 걷기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다가 발견한 꽤 괜찮은 책이 있다.

<문장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책에 이렇게 인상적인 글이 적혀있다.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산책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심장에서 발끝으로, 다시 뇌까지 공급해야 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가벼운 과 마음으로 홀로 걷기를 시작해 보세요." 17



나는 '무작정' 걷기를 좋아한다. 작정하고 걷든 무작정 걷든 모조리 다 추앙한다.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험은 꽤 깊고 단단하다.


막막하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버틴 힘이 걷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작정'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낯선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자잘한 골목길 풍경에 감탄을 하며 사진에 담기 바빠져 마음이 순해진 경험.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으로 호기심에 가득 차 근심걱정이 사라져 버린 경험.


나만의 걷기 스타일은 대충 이렇다.


1.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미리 나가 주변을 구경하며 걷는다. 우연히 '발굴한' 괜찮은 식당이나 카페로 장소를 옮겨도 좋다.(상대방이 원하기만 한다면)

2. 속상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 일단 밖으로 나온다. 기왕이면 풀과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자연이 주는 에너지는 마음 건강 치료제다.

3. 자주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가끔 다른 길을 통해(돌아가더라도) 가보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4. 기왕이면 골목 안으로 들어가 걸으면 좋다. 사람냄새가 나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

5. 탁 트인 곳으로 간다. 건물 제일 위쪽이나 옥상에 올가 가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상근심걱정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책상 앞에서 예쁜 단어를 검색하고, 수려한 모작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무한한 영감을 얻는 방법, 바로 산책에 답이 있습니다.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건강은 덤으로 챙기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글쓰기 배움터는 없겠지요." 18.


걷기가 글쓰기 배움터이기도 하고 삶의 배움터이기도 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걸을 수는 있었으니까. 글도 쓸 수 있었으니까. 잘 쓰든 아니든 상관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견디는 힘, 버티는 힘이 거기에 있었으니까.


걷기를 추앙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걷는 즐거움 쓰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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