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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과 서늘함의 사이

너를 만나고 싶었다.

by 유리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

원망과 후회.

좌절과 희망.

따뜻함과 서늘함 사이.

그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채로 여기까지 걸어왔다.


나를 만나고 싶었다.

애를 써도 보이지 않았던 마음의 색들

긴 시간을 통과하며

나를 지나간 모든 상처와 흔적이

결국엔 삶의 가장 깊고 아름다운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 모든 것이 삶의 색이 되었다.


그것은 나를 사랑했던 것들로부터 온 선물이었었음을.

그 사이에서 모든 순간들이 헛됨이 아니었기를.


나를 만났다.

불완전한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저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진심으로.





어느덧 길었던 여정의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몇 년 전의 나는 한겨울 밤바다에 혼자 떠 있는 작은 배와도 같았다. 눈앞에는 끝도 없이 차가운 물결만 일렁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내 세상은 송두리째 얼어붙었고 외롭고 쓸쓸한 날들 속에서 나는 점차 나 자신을 잃어갔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마음속엔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우울이 깊이 내려앉아 있었다.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기에 급급한 시간들이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2018년에 학교를 진학했고 답을 찾지 못해 학업을 중단했다. 또다시 차가운 겨울 같은 시간을 통과했다. 삶의 깊은 어둠을 지나면서 혼자 글을 써 내려가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갔다. 아주 느리고 서툰 걸음이었지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캄캄했던 내 안에 한 줄기 희미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차갑게 식어 있던 마음에 조금씩 온기가 번져 왔다.


외면하려 했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 붙이기 어려웠던 수많은 감정이 글과 그림 속에서 저마다의 색으로 드러났다. 때로는 차갑고 어두운 색으로, 때로는 따뜻하고 밝은 색으로 피어나는 감정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씩 세상이 다시 보였다.


30개의 이야기 속엔 내 마음을 채웠던 다양한 색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꺼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다시 마주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랑이란 틀 안의 안녕과 안녕의 기억, 깊은 우울과 상실의 순간들, 그리고 다시금 찾아온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빛까지. 솔직한 마음의 기록을 내뱉었다. 때로는 몹시 개인적인 고백이라 망설임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이 조용한 독백에서 자신의 마음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용기로 흰 여백 위에 마음을 올려놓았다.


현재 다시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어 졸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예술을 통한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가며 지난 나처럼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치유하고자 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와 함께 마음의 긴 여행을 떠나 주었으면 한다. 차가움과 따뜻함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듯한 날들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나의 소소한 글들이 그런 시간들을 통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고, 이미 지나온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공감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내가 건네는 서툰 문장들이 그들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닿아서 지친 마음을 쉬게 하는 여백이 되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차가운 겨울 바다 한가운데에서 찾아낸 작지만 분명한 희망의 색을 당신에게 건네며...

따뜻함과 서늘함의 사이, 바로 그 어디쯤에 내가 서 있었음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던 모든 감정이 결국은 내가 사랑했던 것들로부터 온 마음의 색이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감사합니다.



25.06.29

y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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