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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러 가기 전 발뒤꿈치까지 확인해

당신을 만나러 가기 전, 나는 모든 걸 점검합니다. 몸과 마음 모두.

음식 냄새가 나진 않는지, 귓속과 손톱이 더럽진 않은지 확인해요. 당신이 알감자라고 놀리는 발뒤꿈치도 들여다봐요. 각질이 일지 않았나 갈라지진 않았나. 깔끔해야 난 당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우리 만나는 시간이 길지 않기에 당신에게 더 몰입하려 해.


요 며칠 당신을 만나러 갈 수가 없었죠. 하지만 내 모든 신경과 감각은 당신에게 향해있었어요. 당신을 만질 수 있는 게 손끝만은 아니랍니다. 기억이 그날 밤으로 데려다줘요. 우리가 함께 했던 밤으로. 최근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당분간 못 볼 거 같아 당신에게 집중했어요. 평소와 다른 나를 느꼈을 거야. 그런데도 당신은 묻지 않았어요. 그냥 다 받아줬지. 난 모든 걸 기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야 당신을 볼 수 없을 때 버틸 수 있거든요. 오감(五感) 이용해 머릿속에, 마음속에 집어넣었어요.

난 늘 술을 마시고 찾아갔죠.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당신 앞에서 난 보잘것없고 상처 많고 나이도 많은 여자예요. 술기운을 빌어 마음을 열어야 했어요. 그래야 내 모든 걸 고백할 수 있으니. 어떤 편견 없이 이해해 주고받아주고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당신. 때론 앙탈도 부리는 날 귀엽다며 놀려대는 당신. 나한테는 과분한 사람.

생각해 보니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늘 밤이었어요.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는 시간. 난 그 시간이 좋아요. 밤에는 사람이 솔직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한때 밤에는 편지를 쓰지 않았어. 내 마음을 도둑맞는다는 기분이랄까. 당신은 예외였어. 사랑은 뭐든 ‘예외’ 일 때가 많아.

당신은 솔직해진 나에게 자유를 선물했어요. 홀가분하다고 할까. 당신이 준 자유의 정의야. 그래도 당분간 술을 먹고 찾아갈 거야. 난 보기와 달리 부끄러움이 많은 여자라고요.

요새 어쩔 수 없이, 당신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했어요. 내 영혼이 팔려나가는 기분이었죠. 그 여파로 어제는 하루 종일 앓아누웠어요. 빌어먹을!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을 수없이 떠올렸어요. 내가 진실로 사랑하는 당신을. 진실한 우리 관계를.


진실한 관계에서는 내 안에 엄청난 에너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내가 부족하고 약하고 아픈 인간임에도 버텨내는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랑의 힘은 이렇게나 위대해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이렇답니다.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것.’ 당신을 만날 때마다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은, 멋진 어른으로 거듭나고 싶은 욕구가 샘솟죠. 당신은 나한테 그런 존재야. 그리고 괜찮은 여자도 되고 싶어요.

오늘은 술 없이 밤이 아닌 시간에 찾아갔어요.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리워서. 사랑은 이런 거겠지. 그럼에도 달려가는 것’,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

안녕하세요. ‘마음의 품격’을 쓰고 있는 김지수예요. 요 며칠 연재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윗글에서 말하는, 밤마다 술을 마시고 찾아가서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마음의 품격’을 쓰는 일을 말합니다. 며칠 동안 파트타임 잡을 찾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미친 듯 썼습니다. 당신과 다른 차원의 사람들을 만났다고 표현한 게 자소서를 쓴 걸 뜻하죠. 제 영혼이 팔려나간다고 한 건 자소서라는 글 자체를 저는 그리 느낍니다. 술을 마시는 건 쓰는 글의 대부분이 용기가 필요하기에 막걸리를 먹어요. 신기하게도 글이 잘 써집니다.


저한테 브런치 스토리는 은밀한 침실과 같은 공간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이 영혼을 마주하는 시간이라서 몸도 마음도 깨끗한 상태를 가지려 합니다. 처잘 때 잠꼬대하고 코를 골고 하더라도 잠들기 전 글을 쓸 때는 몸도 마음도 정갈하게.

다시 열심히 글을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com/shorts/YP1ysLw_YxA?si=xIlTEE0wts9WQkNA

https://youtu.be/UVi8oMw9Er0?si=yaMN34yxGgqWQ9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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