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랬다. 전혀 예상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등장했다. 그것으로부터 힘을 얻었다.
관계가 없었던 무언가가 내 삶에 들어와 날 인도할 때, 삶은 다시 해석됐다. 어떻게든 살아보면 희망이 생길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그 깨우침이 잊힐 듯하면, 또다시 나타났다.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다만 공통점이 있었다.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 알지 못했던 사람, 낯선 풍경, 우연히 접한 글과 음악… 때론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때문에 인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인생은, 뜻밖의 응원.’
내 삶의 방향성을 확인시켜 준 시(詩)도, 내게 그렇게 왔다.
2008년 가을, 한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자단의 오찬 자리에서 대변인이 나눠준 종이 한 장. 지자체장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며 나눠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내게 온 시(詩)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잣대가 돼 줬다. 이대로 나아가도 되는 건지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됐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쓴 ‘진정한 성공’이다.
인생의 방향성이 반영된 시(詩)가 존재한다는 건 스승이 곁에 있는 것과 같다. 그의 발자취를 나의 속도대로 따라 걸으면 된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웃음의 가치를 알기에,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가능한 일일까. 살아있는 한 계속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으려면 거짓 없이 진실한 마음이어야 가능하다. 아이들은 거짓된 영혼을 단번에 알아본다.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받는다는 건 크리에이터로서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나의 재능이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니까.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일은 분노를 삼켜야만 가능했다. 첫 책을 출간한 이후 소중한 이들을 잃었다. 한때 내 사람들이라고 믿었고 아낌없이 마음을 주었던 이들. 심장 한 모퉁이를 잘라내는 아픔이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심장은 뛰고 있다.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 둘 다 혜안이 있어야 하는데, 진실한 마음을 가지려 또 통찰력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이 주체임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삶이라도 위대한 것이다.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내가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 꿈이 지향하는 바. 자아실현에 머무르는 게 아닌, 꿈을 통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인생의 스승’이 예고 없이 찾아왔듯, 희망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뒤돌아서면 손 닿는 어디쯤에서 희망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뜻밖의’ 타이밍에 나타나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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