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작업복에 대하여

by 쁘로이트

손이 얼어붙는 한겨울 새벽 6시가 채 되기 전 집을 나섰던 수많은 날들이 있었기에 집은 따듯했다.


푸른 작업복에서는 기름때 냄새도, 섬유유연제 향도 나지 않았다. 단순한 분말세제로 잘 세탁된 섬유 그대로의 냄새가 나는 좋았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성실하고 소박하며 겸손한 냄새였다. 찌든 가난 혹은 게으름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나친 풍요도 없는, 정직하고 깨끗한 냄새였다. 그 푸른 작업복이 사람이었다면 그는 분명 정갈하고 소박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책임이 있는 삶이 그를 오래토록 견디게 만들었을 것이다. 때로는 그 삶이 고되었을지라도, 그에게서는 찌든 기름때 냄새가 아닌 소박한 비누향이 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받아들인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에게서는 그런 향이 나기 때문이다.


스무살 무렵부터 시작되었을 새벽 출근으로 하루하루 채워온 삶이 40여년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때로는 그 반복이 진저리났을 수많은 날들 동안 마음은 산과 바다, 혹은 아무도 모를 어딘가를 그리면서도 발걸음은 지하철로, 공장으로, 사무실로 향했을 것이다. 그것이 한두해가 아닌 사십 년이기에 그런 하루하루는 방황이 아닌 고귀한 인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거대한 건축물들이 건축가의 머릿속에 머문 시간은 인부의 땀과 인내로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했다. 위대한 작가들은 단순한 사유와 성찰을 표현하기 위해 몇 해를, 혹은 평생을 타자기와 씨름했다. 마찬가지로 긴 인생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젊은 날의 사랑이 꿈꾸게 만든 단란한 가정과 둘러앉은 저녁식탁을 위해 아버지는 습관과 인내로 자기 몫을 평생토록 견뎌냈다.


누군가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가꾸었다면 그것은 아무리 흔해 보여도 음미할수록 고귀하며 가슴저린 이야기를 통해 태어난 것이다. 수많은 아파트 불빛들 속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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