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명상을 어떻게 클래스로 풀어낼지,
어떻게 상품에 녹여낼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배우기만 할 때보다 직접 부딪혔을 때 실력이 빨리 늘었고, 익숙해지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졌다.
더 아름답게, 더 의미 있게.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할까.
아, 다시 배우자.
그렇게 나는 학생이 되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서양 꽃꽂이를 알려준다. 보통은 프렌치 스타일을 변형하여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간다.
개인적으로는 더 아름다운 디자인과 포장법을 개발하기보다 ‘의미’와 ‘행위’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인스타만 봐도 저마다의 스타일로 예쁘게 꽃을 만드는분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나만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동양꽃꽂이’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이케바나의 선 적인 아름다움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내가 추구하는 ’ 명상‘ , ’ 불교‘ 의 키워드는 동양적이었고, 동양 꽃꽂이의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매력은 절제미다.
다양한 꽃과 소재를 활용하여 플로럴 폼을 채우는 서양 꽃꽂이와는 달리 이케바나에서는 겹치는 꽃과 소재를 비워내는 작업을 한다.
다른 잎을 가리게 되면 과감하게 빼고,
너무 풍성해 보이면 잎을 잘라낸다.
과하지 않도록, 넘치지 않도록.
내면의 욕심을 버리는 과정과도 같다.
두 번째 매력은 자연미다.
이케바나에서는 잎과 꽃의 얼굴이 햇빛을 따라가는 것처럼 위를 향하도록 꽂는다.
보통 서양 꽃꽂이에서는 줄기의 잎을 최대한 제거를 해주는데, 이케바나에서는 꽃에 붙어 있는 잎까지 활용해야 제대로 꽃을 사용했다고 본다.
잎을 버리지 않고, 침봉을 가리는 데 쓴다. 따로 분리해서 사용하더라도 한 줄기에서 나온 듯이 꽂아준다.
실제 자연에서 자라듯이 표현해 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선생님께서는 자연을 잘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하셨다.
수업에서 맥문동 꽃을 활용해서 실제 화단에 자라난 것처럼 잎을 꽂았다. 집에 돌아갈 때는 길거리에 피어난 맥문동 밖에 눈에 안 들어오더라.
무심코 지나갔던 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꽃꽂이 클래스를 할 때 수강생분들께도 제일 많이 말씀드리는 말이다.
이케바나에도 꽃을 꽂을 수 있는 범위와 규칙이 있는데, 주지와 객지를 제외한 중간 지는 범위 안에서 나름 자유롭게 꽂아도 된다고 하셨다.
방향을 어떻게 하느냐, 길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잎의 먼지를 닦고,
잎을 말아서 곡선을 만들어주고,
무거운 잎을 잘라서 비워내고,
이리저리 어울리는 위치에 갖다 대다 보면
어느새 그게 명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