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랑
사랑은 ‘위하는’ 일이다.
그를 위해
캄캄한 밤길도 마다하지 않는 일이다.
차디찬 비바람 속에서도 등불을 들고 기다리는 일이다.
온 마음을 바쳐 기도하는 일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가슴으로 듣는 일이다.
그가 속한 세상을 느끼고 그의 세계에 머무는 일이다.
그의 가슴속 별들이 그의 눈앞에서 반짝이게 하는 일이다.
그를 기쁨과 평안이 깃든 환희의 장으로 안내하는 일이다.
그의 곡조에 맞춰 악기를 조율하는 일이다.
언제든 편히 와서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아내의 사랑
자식,
아내는 자식이라는 말 뒤에 늘 느낌표를 찍습니다.
그리고 느낌표 뒤에 자신의 사랑을 가만히 붙여 놓습니다.
자식의 모습은 다른 차원의 못마땅함 투성이입니다.
그럼에도 자식을 품는 건 자식의 오늘과 내일이 아내의 사랑으로 영글기 때문입니다.
자식은 아내의 사랑으로 오늘을 꽃피우고 내일을 약속합니다.
남편,
아내는 남편이라는 말 뒤엔 늘 물음표를 답니다.
그리고 물음표 뒤에 자신의 애정을 단단히 묶습니다.
남편의 움직임은 이해불가의 의문투성이입니다.
그럼에도 남편 곁에 머무는 건 아내의 지지 없는 남편은 똑바로 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사랑으로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보장받습니다.
아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가족의 시선은 일제히 아내의 손으로 쪼르르 몰려듭니다.
그럴 때면 아내는 소리칩니다.
“얼굴을 봐 얼굴을”
아내는 정오의 열기 속에서도 오직 가족만을 향해 걷는 자신이 아닌 한갓 자신들의 작은 욕망을 달래줄 물건에 집중되는 가족의 눈길이 못마땅합니다.
아내는 빈손으로 들어오는 법이 없습니다.
아내의 외출은 어미새의 먹이사냥을 닮았습니다.
아내의 손은 늘 가족의 요구로 채워집니다.
현관 문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가족들이 아내의 손을 향해 눈을 키우는 이유입니다.
아내의 모든 발걸음엔 가족의 요구가 조롱조롱 달립니다.
가족은 마치 은행에 돈 맡기듯 자신의 요구를 아내의 어깨에 지우고 아내는 가족의 요구를 부풀려 가족에게 돌려줍니다.
아내의 삶 속에는 참으로 많은 삶이 올망졸망 들어 있습니다.
아내만 보면
자식의 눈이 빛나고 남편의 목젖이 출렁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