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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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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ug 25. 2024

삶의 끝에 잡아 줄
손은 있는가?

슬픈 준비

아픔과 슬픔 두려움과 불안이 몇 번 반복하고

그 사이사이 기쁨과 즐거움이 간간이 지나면

삶은 조용해진다.     


삶은 마지막으로 인해 견고해지고 거룩해진다.     


누구든

삶의 끝은 있다.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슬픈 준비     


“어때 이쁘지?”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는 황톳빛이 도는 운동화를 좌우로 흔들며 서 있었습니다.

마치 헐떡이며 돌아가는 소나기 속 자동차 와이퍼를 닮았습니다.

몇 개의 줄무늬가 교차하는 지점에 상품 로고가 씩씩하게 박힌 날렵하게 생긴 운동화입니다.     


“이제 운동하려고”     


마치 TV 앞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꼼짝없이 앉아 있던 것이 운동화가 없어서였던 것처럼 너스레를 떱니다.     



아내는 얼마 전 친구를 만난 이후 한숨이 늘었습니다.

친구가 딱하다면서, 안쓰럽고 애련하다면서 자주 친구를 입에 올립니다.    

 

아내의 친구는 오래전부터 홀로 지냅니다.

그 친구는 매일 매 순간 마주하는 자신을 걱정합니다.     


"홀로 아파하고 홀로 눈물짓고 홀로 두려워하고"

"홀로 보고 홀로 듣고 홀로 말하고" 

"홀로 걷고 홀로 먹고 홀로 잠들고"


낯선 땅에 홀로 버려진 듯 서 있는 자신을 만날 때마다 애처로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답니다.     


하루하루 삶의 끝에 다가설수록 발길은 끊기고 손길과 눈길도 사라지고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이 가엾답니다. 친구는 넘쳐나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의지해 좁고 적막한 길을 외로이 걷는 자신의 쓸쓸한 모습에 눈물이 흐른답니다.    

 

많은 이들이 내일에서 모래로 이어지는 날들이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늙어갈지, 죽음은 또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염려합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슬픔은 혼자이고 지고 어찌할 수 있다 해도 끌고 갈 몸이 멎으면…. 그래서 친구는 슬픕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경우를 분명 만납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신의 손을 잡아 줄 따스한 손길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삶의 끝이 아프고 홀로 걷는 길이 슬프고 잡아 줄 손 없는 마지막이 두렵습니다.   


  



“여보, 내가 잡아줄게”

“당신이 어떻게라도 되면 내가 끝까지 돌볼 거야”    

 

아내의 운동화는 든든한 손이 되기 위한 준비랍니다.     


아내의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모질고 고된 길이 끝나는 곳에서

영혼의 불빛이 꺼져갈 때     


누군가의 손길은 영혼을 비추는 사랑의 빛입니다.


자신의 마지막 길을 비춰줄 누군가의 사랑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사랑보다 귀한 손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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