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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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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Sep 12. 2024

남편,
대체 왜 그래!

남편은 아내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두드려 보라고

살펴보라고

제발

서두르지 말라고     


“아차”     


그럼에도

달고 산다.     


불가능에 도전하라고

생의 마지막 날까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고

포기하라는 강요를 거절하라고

세상에 기대 세상의 자비에 의존하지 말라고     


“못해”     


그럼에도

주저앉는다.     


어쩔꼬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

매사 성의가 없다.

또 어떤 일을 벌일지, 어떤 일 앞에 무릎 꿇을지…, 어지럽다.     


아내는 아침마다

새로운 충격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남편은 아내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남편이     


금띠 두른 표창장이 아닌

꾸깃한 범칙금 고지서를 받아왔습니다.

아내가 냈습니다.     


며칠을 끙끙, 투덜, 삐질 이제 겨우 샀나 보다 했는데

색상도 크기도 원하던 것과 달랐습니다.

아내가 교환했습니다.     


별일도 아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일로

경비실 아저씨에게 화를 냈습니다.

아내가 사과했습니다.     


멎은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벽시계는 꼼짝도 않습니다.

이따가, 내일은, 이것 하고… 수년째 무한 반복 중인 남편의 미루기

결국 아내의 손이 닿은 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이리 밀고 저리 밀더니 결국 청소기를 망가뜨렸습니다.

억지 손길에 살아남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아내가 수리했습니다.     


‘꿀사과’ 소리에 나갔던 남편이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왜’를 묻는 가족의 눈빛에 “돈이 없어졌어”미안함이 살짝 얹힌 눈빛으로 답합니다.

아내가 다시 다녀왔습니다.     


운동화 타령에 혼자 사보라며 채근한 지 수개월 여전히 운동화는 무소식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뻔한 핑곗거리만 늘어놓으면서

결국 아내의 손에 의해 운동화를 꿰었습니다.    

 

그렇게 ‘쪽파’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고 또 했건만 들고 온 것은 허리가 반쯤 휜 ‘대파’였습니다.

무슨 일을 도모할까

아내가 쇼핑백을 집어 들었습니다.     


두어 시간이면 간단히 해결할 일을 

몇 달째 어찌할 줄 몰라 주저 대고 쭈뼛쭈뼛 망설입니다.

결국 아내의 일이 되었습니다.     


아내 없는 삶은

답 없는 삶입니다.     


아내의 어깨 위엔 생 로랑대신

남편이라는 문제가 무겁게 올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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