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학용품 이야기
학기 초에 학생들의 특이사항을 숙지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학부모 상담 주간에 전화상담을 통해 학부모님이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또는 기초 조사서(담임 재량으로 시행)에 적어서 보내주시기도 한다. 음식에 관련된 것들은 급식실 영양사 선생님이 일괄 식품 알레르기 조사서를 가정통신문으로 보내주셔 회수한다.
최근에 우리 반 학생의 어머님과 상담전화를 하는데 자녀가 ‘풀’ 알레르기가 있으니 꼭 풀에 유의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생전 ‘풀’ 알레르기를 처음 들어서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학습지도 붙이고, 만들기 할 때 사용하고 초등학생과 뗄 수 없는 존재인 풀! 비교적 어른이 되고 나면 풀로부터 해방을 한다지만 특히나 1학년 노작 활동에 꼭 필요한 준비물인 풀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니.
나는 3개월가량 풀이 필요한 수업시간 때마다 그 학생에게 풀 대신 테이프를 가져다주었다.
“풀 말고 테이프 쓰렴!”
혹여나 내가 테이프를 주기 전 그 학생이 짝지의 풀을 쓰다 손에 조금이라도 묻는 일이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후다닥 달려가 물티슈로 손을 닦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인근 공원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 학생 어머님이 전화가 오셨다.
“선생님! 땡땡이 ‘풀’ 알레르기가 있으니 풀에 앉거나 만지지 않게 살펴봐 주세요.”
여태까지 내가 뭘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