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선불로 줘야 해요.
- 아정당을 아시나요?
ITㆍ태크 채널 중 인상 깊은 채널을 발견했다. '아정당'이라는 채널인데 놀랍게도 인터넷 설치 회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보통 이런 기업계정이라고 한다면 '우리 회사가 사은품을 가장 많이 줘요'라는 내용으로 자랑할 법 한데 이 채널은 그렇지 않다.
지극히 'IT 채널' 스럽게 운영한다. 특히나 아이폰 13 시리즈의 모든 컬러를 구매하여 소개하는 영상이 있는데, 이는 개인 유튜버들은 따라 할 수 없는 그야말로 '회사의 자본력'이 들어간 콘텐츠라 생각한다. 덧붙여 해당 채널의 회사 <아정 네트웍스> 의 공고를 보고 있노라면 이 회사가 얼마나 '테크 채널스러운 콘텐츠 제작'에 진심인지 볼 수 있다.
그럼 아정당은 왜 통상적인 제품ㆍ서비스 홍보와는 다른 방식을 택했을까? 그 이유를 이 기업만이 가진
차별점과 함께 풀이해보겠다.
ㆍ선불 제공하는 양질의 정보
앞서 말했듯 이 회사는 콘텐츠에 진심이다. 시작부터 제품이나 회사명을 내세우지 않고 콘텐츠 제목에 맞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나름 테크채널을 많이 구독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이 채널의 콘텐츠는 확실히 다른 채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와 다른 독보적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앞서 말한 <아이폰 모든 기종의 컬러를 구매한 후 리뷰>라던지, <매 달 알뜰폰 프로모션>을 묶어 최저가를 살펴보는 게 대표적인 예시이다. 잠재고객 입장에서는 타 채널에서 볼 수 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라도 이 채널을 구독하게 될 것이다.
ㆍ성장에 매우 진심인 채널
해당 채널에서는 구독자를 위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벤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매 달 이벤트를 진행하고 선물을 준 다는 것.
통상 개인 유튜버들은 5만 명, 10만 명 구독자를 달성했을 때 '조건부'로 이벤트를 하는 반면 해당 채널은 그것과 무관하게 매 달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것 역시 보상을 먼저 제공하고 그로 인해 팔로워와 인게이지먼트를 증대시키는 '선불'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이렇게 이벤트만 하는데, 구독자는 안 늘어나면 어쩌려고?'
해당 이벤트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안정성 있는 성장보다는 '투자'를 택한 것이다. 매 달 정기 이벤트를 하며 성장에 동력을 주는 게 기업 마케팅에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유튜브'라는 채널에 영향력을 믿고 여기에 도전을 한 셈이다.
ㆍ테크 채널이라는 정체성
회사는 <인터넷 설치 회사>이지만 채널의 성격은 <테크 채널>이다. 후자를 택한 만큼 콘텐츠는 좀 더 풍부하게 다룰 수 있으며 해당 콘텐츠에 관심 있는 유저와 기업에 잠재고객과 접점도 꽤나 깊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인터넷 회사가 인터넷을 위주로 다루었다면 몰아주기식 홍보를 의심할 수 있겠지만, 여러 테크 정보를 다루는 만큼 그러한 의심이나 광고성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애플 워치 스트랩(시계줄)'을 파는 스토어의 콘텐츠를 보고 있자면 판매하는 스트랩을 소개하는 데 그친다. 가장 직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으니까. 다만 소비자는 그래서 해당 채널을 구독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스토어에서 아정당 식 마케팅 전략을 접목시킨다면 '애플 워치 스트랩에 어울리는 워치 페이스', '옷 코디별 애플 워치 스타일', '애플 워치 업데이트 소식 등' 애플 워치 스트랩에서 벗어나 애플 워치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룰 것이다. 덧붙여 애플 워치는 아이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으니 나아가 '애플'에 대한 전반적인 콘텐츠를 다룰 수도 있다.
다만, 기업이 혹은 마케터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는 건 이것이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정당만 봐도 당장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것의 인게이지먼트가 높게 잡힌다고, 해당 회사에 매출에 직접적인 연관을 짓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나 가정용 인터넷의 경우 2~3년 약정이 의무적이니까.
그럼에도 아정당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이들이 인터넷을 변경할 때 아정당을 먼저 기억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필요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리스트업 해 두는 것. 그것만으로 이 채널의 소명은 다한 것이다.
이후에는 기업에서 홍보하는 '최대 현금, 최저요금 보장'의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상담할 TM의 역할이다.
- 구독자로서, 마케터로서 아쉬운 점…
지인들 사이에서 나름 테크충, 앱등이 소리를 듣는 아정당의 구독자로서, 좋은 점도 많지만 아쉬운 점이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보인다. 그것들을 짧게 이야기하자면
ㆍ힘을 좀 더 빼는 건 어떨까?
필자가 본 바로는 리뷰어가 못해도 3명은 등장하는 듯하다. 굳이 왜 이런 전략을 택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저 리뷰어들 모두 비용을 주고 섭외했다면 과감히 그 비용은 줄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 명의 리뷰어가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성장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그 예시로 'VTQ뷔티크 채널'을 들 수 있겠다. 해당 채널은 초기 한 명의 리뷰어가 영상을 이끌다가 후에, 여러 명의 리뷰어가 영상을 리드했고 이후에는 영상 PD가 내레이션으로 영상을 리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채널은 영상 초기 한 명의 리뷰어가 리드할 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인기 동영상에서 한 명의 리뷰어만 보이는 게 그 반증이다.
비용상의 문제뿐 아니라 한 명의 리뷰어가 영상에 등장하는 게 구독자 입장에서 '기업'이 아닌 '해당 리뷰어'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정당이 원하는 방향과 더욱 맞지 않을까 싶다.
ㆍ테크에 진심인 기획자
앞서 해당 채널의 성공요인을 '준수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업로드되는 콘텐츠를 보고 있자면 넓게 수박 겉핥기를 하고 있는 느낌. 보통의 테크채널은 애플 삼성 등의 디바이스나 통신사를 주력으로 다룬다. 그러나 아정당은 최근 그 빈도가 줄어들고 정수기나 에어컨 등 가전제품 리뷰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느낌이다. 이는 아마도 시나리오 작가의 콘텐츠 소스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로는 단순 유튜브 시나리오 작가를 모집했기 때문이 아닐까? 채용 공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여기를 보면 IT나 테크 리뷰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업 대표가 유튜브 플랫폼을 주력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던 것 같은데, 왜 대본에는 힘을 주지 않는 가벼운 인재 채용을 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지금도 인게이지먼트는 순탄대로를 달리고 있으나, 반등을 위해서는 (나 같은) ITㆍTech에 진심인 기획자를 섭외해야 한다. 그리고 연봉을 더 주어 이 기획자에게 출연과 편집 모두 맡기는 건 어떨까. 구직자 중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본인이 출연하고 편집하는 것에 더욱 흥미를 가질 테니 이러한 사람을 과감히 채용하기를 권해본다.
비슷한 사례로 성공한 채널로 주연을 들 수 있다. 통통테크라는 기업에서 영상 리드하는 역할로 시작하여 지금은 어엿한 테크 유튜버 중 한 주축을 맡게 되었으니. 기업은 이 유튜버처럼 테크에 관심 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반대로 구직자는 POST 주연이 되고 싶은 사람이 들어가면 금상 첨화겠지.
혹시 그렇게 유명해지고 나서, 회사를 관두겠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대이직시대에 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일이고, 배민의 사명처럼 최고가 되어 떠날 수 있게 해 주어야지. 다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걱정은 말고 일단은 부딪혀 보길 바란다. 끝으로 아정당을 응원한다 :)
#아정당 #아정당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