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깨우침.
아들과 오후에
마트에 잠시 들러 장을 봤다.
오랜만에 부추가 보였다.
자꾸 눈이 가는 걸 보니
입맛이 당긴다.
'부추전 해 먹어야겠다.'
장바구니에 담고
뜨뜻한 부추전을
젓가락으로 찢어 먹는
상상을 하며 미소 지었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하루, 이틀이 지났다.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남편에게 슬쩍
말을 걸어 본다.
'부추전이 먹고 싶네.'
툭 던지는 말로
스쳐 지나가듯 말했지만,
남편은 바로 알아 들었다.
"먹을 거야?"
"응, 있으면 먹지."
남편은 주방에 가서
싫은 내색 없이 조용히
전을 부쳤다.
기름 냄새가 거실까지
퍼지는 동안
난 생각에 빠졌다.
걸음이 빠른 나와
걸음이 느린 그.
같은 템포로 걸어가지 않아
서운해하는 남편을 나는
항상 답답하게만 생각했다.
며칠 전 주말에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또 앞서가는 날,
새삼스레 멀리서 불러 세운다.
내가 돌아보니 남편은,
야채를 사야 하는데
왜 지나쳐 가냐고
퉁명스레 한소리 했다.
나는 멈춰서 기다리며
남편의 모습을
찬찬히 지켜봤다.
여자인 나보다 더
신중하게 야채를 고르고
옆에 있는 계란을 들어 올리며,
아이처럼 기뻐한다.
"여기 계란 너무 좋다."
늘 이렇게, 이 모습으로
우리 같이 살아왔는데,
멈춰서 그를 바라보니
이제야 자세히 보인다.
며칠 전까지도 오만가지
불만을 갖고 있었던 내 모습이,
못내 미안해지고
또 고맙게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너는 너고, 나는 나.'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의 존재는
이미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각자 다른 걸음으로 걷던 모습도
언젠가는 발맞춰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 난 또 얼마나 많이
그에게 고마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