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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창고

지금은 키아프에 구경 갑니다

예술가의 길

by 미지수

얼마 전 케데헌 ost를 만든 아티스트 이재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케데헌 ost를 만들면서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 혹은 내가 뮤지션으로서 재능이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잡생각이지요:) 저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아티스트의 삶을 사는데 잠시 멈췄던 적은 있지만 나는 이 길이 나의 길이라는 믿음을 나름 가지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가는 이 길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오래전에 미술대학교를 졸업한 나는 미술시장으로 다시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인맥이 필요한 일인데 인맥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작년과 재작년에 같이 일을 한 갤러리들은 신생 갤러리였기 때문에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나의 궁금증에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허공에 뜬 말들만 있었을 뿐이었지요.


이번에 같이 일을 한 갤러리는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술시장에 살아남은 갤러리입니다. 첫인상은 약간은 심술? 맞아 보이는 관장님과 우연한 만남으로 전시 계약을 하고 저는 5번째 초대 개인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갤러리이고 지하 1층에 위치한 갤러리지만 매년 한국 아티스트들의 결승점인 키아프 프리즈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고 나는 관장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지요. 그녀는 한국의 미술시장을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단계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여러 아트페어 시장의 아티스트들, 2단계는 어느 정도 자신의 그림 스타일이 있는 아티스트들_그리고 3단계는 그림을 모르는 사람들도 알만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가나, 현대, 국제 기타 등등 갤러리들이 있는 시장. 관장님은 이 세 시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작은 갤러리들은 대부분 그림을 팔아야 먹고 삽니다. 월세도 내야 하고 아트페어에 나가려면 부스비도 내야 합니다. 겉으로만 갤러리 대표님이고 관장님이지 그저 그들도 자영업자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사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림은 필수품도 아니고 사치품이니까요.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작은 가게부터 힘들어지듯이 미술시장도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역시 밖에서 보는 풍경과 숲 안으로 들어온 풍경은 다릅니다. 작가도 살아남아야 하고 갤러리도 살아남아야 하기에 마음이 복잡합니다. 저는 작가이기에 작가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그저 작가는 그림을 성장시키며 예술가의 길을 묵묵히 가고 갤러리는 너무 이윤에만 목매지 말고 작가와의 공생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미술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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