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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Jun 03. 2024

페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나만 위로할 것

나는 늦은 MZ세대다. 그런데 갱년기가 와버렸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마인드 컨트롤이다. 중2병보다 무섭다는 초5병 큰 아들과 이제 자기주장이 생겨 말 안 듣는 미운 여섯 살 둘째 아들, 그리고 중증도 성인 ADHD 남편에게 나의 갱년기를 위로받기는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마음에 줏대를 만들어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들을 뒷담화 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제 얼굴에 침 뱉는 짓이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겐, 같이 욕해주고 맞장구쳐줄 랜선 친구가 필요하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어루만져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들키는 건 싫고, 위로는 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 페이지를 시작해볼까 한다.


오늘은 7시 30분에 퇴근해서 집에 왔건만, 9시를 넘기고서야 옷을 갈아입었다. 그야말로 씻을 시간도 없었다. 둘째 아이의 성화에 퇴근 후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아이가 좋아하는 빵꾸똥꾸(무인 문구점)를 다녀왔다. 집에 오니 시계는 8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애들 밥을 먹여야 했고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 아이를 씻겨줘야 했다. 애들 씻기고 실내복으로 갈아입혀놓고 이젠 청소기 돌린다. '아, 옷을 안 갈아입었네?' 싶어 시계를  보니 9시 10분. 남편은 리클라이너소파와 12시간째 혼연일체가 되어 요지부동이었다.

이 짓을 수년째 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

조금씩 내 마음에 고여있는 힘겨움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제 조심스럽게 시작.

 

아, 험담은 적나라하게 할 테지만 내 마음의 줏대는 어떻게든 만들어질 작은 행복이다.

인생은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고 하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면 재밌어지지 않을까?

아린 마음 유쾌하게, 마치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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