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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충성해도 소용없는 이유

by 달빛소년

[흔들리는 개인들의 삶]


드라마 속 김 부장은 서울에 자가도 있고,

대기업에서 25년 넘게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예전 세대가 말하는 “성실하게 일하면 안정된 삶을 얻는다”의 상징 같은 캐릭터다.


그런데 이야기는 이 전제를 완전히 깨버린다.

그리고 이 깨짐은 단순한 개인 비극이 아니라 지금 한국 경제 구조에서 벌어지는 보편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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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은 보호막이 아니라 ‘가산점’ 정도에 불과하다]


김 부장은 20년 넘게 충성했고, 승진했고, 팀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회사가 사업부 재편을 시작하자 그의 충성은 단 한 문장으로 대체된다.


“충남 아산 공장 안전관리팀장 발령.”


그 순간 깨닫는다.

회사에게 중요한 건 충성이 아니라, 지금 당장 줄여야 할 비용뿐이라는 사실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다.

성장으로 버티던 회사들은 이제 비용을 줄여야 살아남는 구조가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누가 더 충성했는지의 무게는 의미를 잃는다.


김 부장의 25년 근속은 회사 입장에서

“지켜야 할 인재”가 아니라 “줄이면 바로 비용이 절감되는 인건비”일뿐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고연차·고비용 인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말은 곧, 연차가 쌓일수록 구조조정에 더 빨리 걸리는 시대라는 뜻이다.

부장·차장이 희망퇴직 대상 1순위가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 부장은 기득권이 아니라, 시스템 기준으로 보면 ‘가장 먼저 줄이기 좋은 비용’이다.


여기에 AI, DX, 자동화가 쐐기를 박는다.

보고, 검토, 승인, 데이터 업무는 모두 시스템이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김 부장 같은 충성스러운 직원의 경험이 조직의 무기였다면

이제는 알고리즘과 벤더가 그 역할을 더 싸고 정확하게 해낸다.

충성은 기술 앞에서 가장 빨리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 되었다.


수출·내수 둔화까지 겹치며 기업의 기조는 더욱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미래 투자’보다 당장 리스크 관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는 언제나 인력 구조조정이다.

그래서 김 부장의 좌천·평가 하락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가 만든 필연적인 흐름이다.


평생직장 신화가 사라진 시대,

한 회사에 모든 것을 거는 충성은 오히려 독이 된다.

김 부장은 백상무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고,

밤낮없이 일했고,

외부 기회도 모두 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충성의 보상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그림자뿐이었다.

충성은 회사가 바뀌는 순간 가장 먼저 무력해지는 가치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렇게 말한다.

“본인 커리어는 본인이 준비하세요.”


회사 중심으로 인생을 설계한 사람은

경제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충성은 당신의 삶을 지켜주지 않는다.

회사는 당신의 인생 전체를 책임질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충성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건 ‘이동성’,

즉 전환 능력·재교육·확장 가능한 커리어다.

회사는 바뀌고, 경제는 흔들리지만

당신의 미래는 당신이 직접 구축해야 한다.


P.S. 직업 하나가 아니라, '먹고사는 조각들'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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