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기 몫보다 더 가져가려는 사람과, 자기 몫보다 더 내주는 사람.
이 둘은 절대 공평하게 살아남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회사는, 말수 적고 성실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소진시킨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무너지는 사람은 ‘너무 좋은 사람’이다.
그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사실 칭찬이 아니다.
좋은 사람은 남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고,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도와주고,
말투 하나, 표정 하나로도 상대의 감정을 먼저 살핀다.
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고 책임감까지 갖춘 사람.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착함과 예민함이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약점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직원 하나도 그랬다.
건장하고, 공부도 잘했고, 일머리도 좋았다.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했고, 맡긴 일은 절대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 단 하나의 문제라도 지적을 받으면 바로 위축되는 성향.
이 직원은 누가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스스로를 탓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요.”
이 말은 어느 순간 그의 입에 습관처럼 붙어버렸다.
흥미로운 건, 그가 잘못해서라기보다 타인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성향 때문이었다.
지적이라는 사건 자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혹시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혹시 내가 무능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까?”
이 두려움 때문에 자기 능력을 잘 쓰지도 못하고,
자기가 한 일의 가치도 축소해서 해석하게 된다.
이런 사람 곁에는 늘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그냥 해주라”,
“너 밖엔 못해”,
“네가 하면 빠르잖아”
이 말들로 책임을 슬그머니 떠넘기는 동료들 말이다.
착한 사람은 누군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이 고통스러워도 상대가 불편할까 봐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가장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팀에서 사실상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착함을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 패턴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절대 능력 있는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거절 못하는 사람”에게 기대한다.
그게 더 쉽고 편하니까.
그렇게 착한 사람은 스스로의 가치보다 훨씬 적은 대우를 받으며
가장 많이 노력하고, 가장 많이 책임을 떠안고,
가장 많이 상처받는다.
오늘날 많은 회사가 말한다.
“착한 사람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건 진짜 착한 사람을 보호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말 잘 듣는 사람, 감정적으로 순응하는 사람,
문제없이 흡수하는 사람,
권력을 흔들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착함은 미덕이 아니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윤활유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착한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착하기만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진짜 위험한 건, 착함을 약점으로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상대가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그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기 쉽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대신 부담을 떠안아준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더 요구하고, 더 기대하고, 더 맡긴다.
착한 사람은 이걸 안다.
자기가 불편한 순간에도 상대의 기대를 저버리는 게 더 두렵다는 걸.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착한 사람에게 진짜 필요한 건
“더 착해져라”가 아니다.
“너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다.
적당한 거리 두기, 명확한 선 긋기,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실 약한 게 아니다.
너무 많이 보고, 너무 세게 느끼고,
상대의 미세한 감정 변화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가장 먼저 지치는 건 역설적으로
가장 성실하고, 가장 배려 깊고, 가장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착한 사람들을 쉽게 이용한다.
조직은 그들이 무너질 때까지 일을 맡긴다.
동료들은 그들의 죄책감을 이용해 부탁을 쏟아붓는다.
그러니 착한 사람은 착함을 유지하되,
그 착함을 지키기 위한 ‘경계선’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진짜 강함은
누군가에게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착한 사람은 위험하다.
자기 자신에게 위험하고,
타인의 이기심에도 위험하고,
조직의 구조적 착취에도 위험하다.
하지만 그 착함이 단호함을 배우는 순간,
그 사람은 누구보다 강력해진다.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과
누구에게나 휘둘리는 사람으로 남는 것의 차이는
단 하나다.
자신을 더 이상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결심.
그 용기 하나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