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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Feb 07. 2023

나의 첫 요가, 한 호흡에 한 동작 가능하다고요?

스무살, 어엿한 성인이 되어 제일 먼저 스스로 선택한 일은 다름 아닌 요가원 등록이었다. 

당시 걸그룹 멤버 OK양(혹시 실명을 거론해도 되나요? 그렇다면 나중에 수정하도록 할게요.)을 선두로 

요가의 유행이 막 번지고 있었고, 강남역 통유리 고층 빌딩에서 우아하게 요가하는 나를 꿈꿨다. 


야무지게 요가복과 타월 등을 가방에 넣고 강남역 2번 출구 바로 앞 요가원을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세련되고 당당한 성인이 된 기분에 두근두근 설렜었던 기억이 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유행이었던 만큼 상담 및 등록 테이블은 복잡했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모름지기 세련되고 당당한 성인은 확인해야 하는 계약의 세부사항이라든지 내가 받게 될 서비스의

성격을 묻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질문들은 뒤로한 채 쿨하게 결제를 해야 했으므로, 카드를 내밀었다. 

체크카드인데도, 굳이 일시불을 외치면서..


하지만 대기실 보다 복잡한 탈의실에 들어서면서, 아 이것은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10분만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깽깽이로 운동화를 신으며 운동장으로 달려가야 했던 그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직감했다. 

사람들은 빈 라커를 찾으려고, 허리를 숙여 바지를 갈아입는 사람의 등 위로 마구 손을 뻗치고 있었다.

타인의 속옷을 필요 이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하며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그 공간에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붐볐다. 왠지 소매를 걷어붙이고 본격적이 되야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입고 온 옷을 후다닥 락커에 구겨넣고, 내 몸도 요가복에 구겨넣고 (이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당시 상황은 흡사 이런 표현이 절로 나왔습니다.) 들어간 수업에서는, 맨뒤도 앞도 아닌 어중간한 곳을 선택하는 능력을 발휘해 미리 깔려있던 매트 중 하나 위에 앉았다. 

그리고 괜히 허리를 이쪽저쪽 돌리고 팔을 좌우로 뻗으며 스트레칭을 가장한 새로운 곳 탐색을 시작했다. 

힐긋힐긋이 아니라 반짝반짝이는 눈으로 '제가 요린이라서요~~ 잘 몰라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라는 

태도를 그때는 왜 갖지 못했을까? 


사뿐히 걸어들어오는 강사 선생님은 내가 바라오던 세련되고 당당한 성인의 모습이었다. 

그 선생님은 줄곧 “한 호흡에 한 동작”을 강조하셨다. 

문제는 한 동작에 한 호흡을 하기에는 설명을 들으며 동작을 만들고 유지하고 빠져나오는 시간이 꽤나 

길었다는 것이다. 이건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한 호흡에 한 동작이라는 것은 가령, 수리야나마스카라 같이 일련의 동작을 모두 외우고, 아사나에 들어가면서 한 호흡, 유지하면서 들숨과 날숨을 컨트롤 하고, 빠져나오면서 또 한 호흡의 의미였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때 강사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계셨는지 진위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제가 생각하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것은 호흡과 자신의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고수를 위한 멘트였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요가의 동작도 생소해서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보고, 옆에 사람을 보면서 자세를 

흉내내고, 생전 처음 하는 몸의 모양을 하고 시선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언제까지 이걸 유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불편과 불안을 참고, 후다닥 도망치 듯 동작을 푸는 것에 급했던 

초보자에게 한 호흡에 한 동작이라는 궁극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 했던 것이다.


아아 왜 그때는 내가 초보자, 말그대로 Beginner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의 상태를 알고, 필요한 적절한 도움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내가 초보자임을 이해했더라면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들이 당연히 더 많았던 20대에 

새로운 것들을 여유롭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었을텐데 !    


그때의 나는 내가 좀더 편안하게 존재하기 위한 방법들에 집중하기 보다

그저 '이걸 어떻게 한 호흡에 하지, 선생님 본인이 말씀을 이렇게 길게 하면서 이걸 어떻게 한 호흡에 하라는 거야? 뭐야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되는거야?' 라는..


다른 사람이 만든 규율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나를 부단히 성실히 맞추는 것, 

외부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명분없는 미션을 나를 둘러싼 불특정 다수의 실체없는 평균값보다 잘 해내는 것들이 중요했었다.


그래서 스무살의 나는 나의 숨을 쉬지 못한 채, 그저 얼굴이 씨뻘개져라 숨만 참았다. 

숨까지 참아가며 무엇을 얻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나의 첫 요가 경험은 16층 요가원의 멋진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과 강남대로처럼, 멋져보이지만 그냥 숨 막히는 것이었다. 



(그 요가원은 딱 2번 가고, '요가는 나랑 맞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요가를 만나기까지는 무려 9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 요가와 재회하기 까지의 이야기도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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