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이방인으로서 장인업을 할 때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
교토의 깊은 곳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걸 인정하면서 시작하고 싶다.
‘장인’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두 이미지가 있다.
아름다움, 그리고 두려움.
장인이 왜 아름답고, 왜 두려운지에 대해 요즘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같은 명확한 가치 기준을 부정하고, 스스로 가치를 느끼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기술을 갈고닦고, 끝없이 자신을 단련해 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술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세상에 인정받지 못해도, 사라져가는 문화일지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이런 장인정신에 매료되면서도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말로 표현하는 생각의 세계에 빠져들면 사람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굳이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게 현실이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장인은 아름다움을 지키고,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때로는 부정이 필요하고, 옳음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옳은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美しいことが正しい)라는 말처럼.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내 안의 장인정신에 대해.
나는 교토의 로스터리에서 로스터로 일하고 있다. 아직 3년 정도이지만, 견습생이 아닌 정식 로스터로, 매주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마실 수백, 수천 잔의 커피 원두를 굽는다. 그 책임감에 아직 손이 떨릴 때가 있다.
운 좋게도 입사할 때 로스터 자리가 비어 있었고, 바로 로스팅 머신 앞에 설 수 있었다.
어쩌면 젊음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들만이 커피를 업(業)으로 삼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일본에 온 지도 이제 7년.
삿포로와 벳푸를 거쳐 이번에는 교토.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본 도시 중에서 교토가 가장 살기 어려운 도시다. 교토는 아름다운 도시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 숨어 있는 추함이 느껴진다. 일본인이 아니기에 그렇게 느끼는 걸까.
너무 아름다워서일까, 아니면 장인 문화를 지키려는 마음의 반작용일까, 교토 사람들의 편견과 이기심, 배타적인 면이 일하면서, 생활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외지인에게 교토의 공기는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애초에 교토가 살기 좋은 도시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온 것도 아니다. 여기서 익힌 기술과 갈고닦은 미학을 일본 밖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다양한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그래서 고도(古都)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면서도, 교토라는 도시에 한 발 물러서서 지내고 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토는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이 아름다움이 외지인들에 의해 형성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떨어져 커피에 몰두하고 싶다.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커피를 연구하고, 언젠가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훌륭한 커피 장인으로 남고 싶다. 그런 예가 없다면, 내가 그 첫 번째 예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