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는 여러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고, 코스피는 올해 최저치를 기록, 코스닥 역시 700선이 무너졌습니다.
이에 따른 국내 스타트업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 확보의 어려움뿐 아니라 생존과 성장이라는 잠재적인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근 국내외 스타트업 분들을 만나보면 각자의 비전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으시면서도 정말 다양한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고민들 중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건 단연 기업가치의 저평가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거래소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 대비 과도하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도 저는 가끔 합니다..)
실제로 CB인사이트를 통해 최근 발표된 100대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은 토스 단 한 곳뿐이었고, 지난 10년간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많이 증가하긴 했으나, 글로벌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뒤처진 상황입니다. (미국 스타트업이 57개를 기록하며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나라별 유니콘 기업 수는 한국이 2024년 기준 14개를 기록하였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유니콘 기업 수가 적었던 싱가포르는 올해 16개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많은 유니콘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국내외 스타트업 공부를 할 때 보면 분명 유사한 기술력을 보유했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 시장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대비 기업가치가 수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 나는 기업도 많이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과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분명 국내 스타트업이 조금 더 앞서는 기술력도 갖추고 있고, 맨파워도 출중하고,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기업가치가 많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환경 속 일부 해외 기업에게 M&A를 통한 Exit을 경험한 Founder 혹은 해외 경험이 풍부한 Founder들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창업과 사업 기반을 다지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순서의 역진입 전략을 취하는 움직임도 많이 포착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같은 역량을 보유한 회사여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하기 훨씬 수월해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에 한국인 임직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도 회사의 기반과 타깃 시장이 미국/해외라는 이유로 동일한 인물이 한국에서 창업한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역진입 전략 외에도 기업가치를 초기 투자 단계에서부터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로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 이미 Grab과 같은 슈퍼앱을 만들어낸 1세대 유니콘에서 보유 주식을 성공적으로 매도하고 재창업하는 Founder들은 회사를 세팅하는 단계에서부터 동남아시아 주변 국가로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성장전략을 수립합니다. 또한, 각 지역별 현지 인력 혹은 현지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한 인력을 고용하여 초기부터 함께 성장하며 사전에 수립된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Glocalization을 추진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국가에 제한되거나 편향된 사업이 아니라 수억 명의 B2C 고객과 수천 개의 B2B 고객까지 효과적으로 타깃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계화의 종말과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의 시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는 내수시장 만으로도 충분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으나, '1억 내수론'(한 나라의 인구가 1억 명 수준은 되어야 자체 내수만으로 시장 유지가 가능하다는 인구 경제학 가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시장은 구조 자체가 해외시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중국 스타트업 시장을 스터디할 때 '중국은 소위 중박만 쳐도 수천에서 수억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만, 한국은 초대박이나도 5천만 명이다'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는데요, 한국인들만의 특별한 능력이 시장 규모의 한계로 상대적 평가절하되는 점이 가끔은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국내 시장만을 타깃 해도 한 개의 사업분야를 완전히 장악하고 독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회사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접근 방법과 더 높은 확률을 위해서는 한국 스타트업도 회사의 초기 단계부터 주변 국가 혹은 글로벌 전체 시장을 타깃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은 핵심 사업을 기준으로 국내 시장만을 타깃 하지만 나스닥에 상장하여 한때 100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었죠(24.11.14. 기준으로도 $45.6Bn의 기업가치(약 64조 원)를 인정받고 있는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업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스타트업도 이제는 더 늦지 않게, '해외 시장은 하나의 옵션일 뿐 나중에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 국내 시장 먼저 잘해보자'라는 생각이 아니라 진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전략과 구체적인 계획을 '지금부터' 고민할 때입니다. 특히, 5W1H(Who, What, When, Where, Why, and How)을 지금 당장 메모장에 끄적여보면서 시작하기를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현지화 전략의 부재, 시장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등의 이슈들은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 확장을 통한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예컨대 Angel, Seed, Series A 단계에서 기관투자자를 모집할 때에도 투자유치에 급급하지 않고 각 투자자분들이 어떤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지, 어떤 Value-add를 창출할 수 있는지, Cap Table을 어떻게 구성해서 우리 회사가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때 어떤 포인트들을 레버리지 할 수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비약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열정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스타트업씬에서 오늘도 열심히 호흡하고 있는 벤처 생태계의 리더분들과 조력자분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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