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재무적투자) & CVC(전략적투자)의 구조 이해하기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추진할 때, Cap Table(Capitalization Table, 주주명부) 구성은 단순히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특히, VC(Venture Capital, 벤처캐피탈)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Value-add와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균형 있게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Angel 혹은 Seed 단계의 초기 기업이거나 Cash Runway(투자유치 없이 현금 고갈까지 현재의 연소율로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기간)가 얼마 남지 않아 투자유치가 시급한 스타트업이어도 최대한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통상적으로 VC는 FI(Financial Investor, 재무적투자자)로서 금전적 지원(투자)과 보유한 GP(General Partner, 업무집행조합원) 네트워크를 소개해 주며 회사의 빠른 성장을 돕고, 향후 M&A(인수합병) 혹은 IPO(기업공개)를 통해 Exit 하는 비교적 단순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고 있는 반면, CVC는 SI(Strategic Investor, 전략적투자자)로서 기업 차원에서 상호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생태계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위의 설명만 보면 FI보다는 SI가 회사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투자자 구분에 따라 ①목적(Purpose), ②자금구조(Funding Structure), ③의사 결정 프로세스(Decision-making Process), ④시간 및 투자 성격(Time Horizon & Investment Nature) 등이 다를 수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이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10%대 이상까지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 회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동반자일지, 아니면 걸림돌이 될지, 악의는 없지만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너무 오래 걸려 의사결정을 지연시킬지는 회사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더욱 돋보이게 됩니다.
예로 회사가 사업적 성장에 집중하고 싶고 전략적투자자와 다양한 Pilot Test(소규모 시험 작동)가 필요한 상황에서, 일부 재무적투자자는 펀드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거나, 회사의 경영상 빠르게 수익 실현이 필요하여 사업의 성장보단 IPO(기업공개)를 독촉할 수 있으며, 반대로 회사가 IPO를 통해 신규자금을 모집하고 홍보를 통해 새로운 사업적 성장을 이루고자 할 때 전략적투자자는 회사를 사업적/기술적 측면에서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서 '종속'시키기 위해 IPO를 지연시키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예시를 사용하였으니 오해는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자금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VC의 경우 주로 기관투자자, 연기금, 개인 고액 자산가 등에게 출자를 받게 되며, 국내 VC의 경우 대부분의 자금을 정부 산하 기관의 母 펀드인 모태펀드(중기부), 성장금융(금융위), 산업은행(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CVC의 경우 계열사로부터 만 자금을 받아 운영하는 삼성벤처투자와 같은 곳은 계열사와 굉장히 긴밀하게 협력하며 투자를 진행하고, 자연스럽게 육성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계열사 자금 일부와 외부로부터 추가 자금을 모집하는 CVC는 투자대상 식별 및 집행에 있어서 자율성이 보장되고 포트폴리오社를 계열사가 보유한 인프라에 직간접적으로 연결하여 시너지까지 만들어내는 Value-add가 가능합니다.
이렇듯 각기 다른 목적과 자금구조, 그리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진 수 개의 혹은 수십 개의 주체를 마냥 늘리며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만이 회사에 도움 되는 방향은 절대 아니며, 이에 따라 일부 창업 경험을 보유한 창업자들은 현금 여력이 부족해도 의사결정에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투자유치를 진행하지 않거나, 투자유치를 하더라도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소수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입장에서 왜 Cap Table을 잘 구성해야 하는지를 설명드렸다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를 검토하는 스타트업의 Cap Table 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VC/CVC는 검토 대상의 후속 라운드 투자유치 시 기존의 Cap Table을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기존 투자자 중 소위 말하는 '네임드'가 있는지를 중요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 PitchBook에 따르면 글로벌 Top Tier VC가 참여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후속 라운드 성공률은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에 비해 약 35% 높다고 합니다
또한, 회사의 사업 특성에 따라 '당연히' 있어야 할만한 전략적투자자가 있습니다. 예로 자율주행이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등과 관련된 국내 스타트업 중 자동차와 관련된 웬만한 테크기반 기업은 모두 현대자동차 제로원(현대자동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Early Stage 투자 및 엑셀러레이팅 기능을 포함)의 레이더에 포착되는데, 제로원이 Cap Table에 없다면 의아해하고 레퍼런스 체크를 하게 됩니다.
Cap Table 구성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대한 초기 단계(Seed ~ Series A) 내에 글로벌(미국) VC로부터 투자유치를 받는 것입니다. 해외 VC는 아무래도 국내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제한적(국내 기업은 여전히 Pitchbook에도 정보가 잘 안 나옵니다)이다 보니 기존 주주 중 Reference Check(평판조회)를 할 수 있는 해외투자자가 있으면 투자 가능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회사의 초기 단계부터 영문 IR 자료 및 데이터룸을 잘 구축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Cap Table은 단순한 주주 명부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전략입니다. 투자 유치가 급박한 상황에서도 신중하게 투자자를 선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합니다. 즉, 스타트업은 단순히 투자를 받는 데 급급하기보다, 누구와 함께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Cap Table의 구성은 스타트업이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열정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스타트업씬에서 오늘도 열심히 호흡하고 있는 벤처 생태계의 리더분들과 조력자분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