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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흔적이 있다.

 - 프레드릭 레밍턴 <평원의 늙은 역마차>

어린 시절 마을길에는 소 달구지가 다녔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달구지에 앉은 동네 할아버지는 소를 재촉하지 않았다. 가끔 졸기도 하셨다. 소가 지나는 길에는 심심치 않게 소똥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소똥은 그리 역겹지는 않았다. 농촌 마을에 거름은 늘 있었고, 그 냄새도 늘 있었다. 어느 날 마을길을 넓히고, 아스팔트를 깔았다. 트럭이 다니기 시작했고, 농주를 운반하는 삼륜차도 가끔 볼 수 있었다. 차들은 큰 소리를 내고, 매연을 뿜으며 지나다녔다.


레밍턴은 <평원의 늙은 역마차>에서 저녁 무렵 언덕을 넘어 아래로 질주하는 역마차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그 당시 역마차는 도시와 도시의 사람, 화물, 우편물 배달을 담당했다. <평원의 늙은 역마차>는 역사적 사명을 다해가는 역마차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역마차는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저녁이 오면 역마차를 노리는 강도가 몰려올지 모른다. 장총을 든 보안 요원이 마차 위에 올라 경계를 하고 있다. 마부는 어두운 저녁이 오기 전 마차를 안전한 장소로 몰아야 한다. 하지만 늙은 역마차는 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산업혁명은 사람들에게 윤택한 삶을 가져왔다.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 인구는 급속히 늘어났다. 1800년 영국 런던은 약 백만 명이었던 인구가 1900년에 들어서는 7백만 명을 육박했다. 이 많은 시민이 도시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마차가 필요했다. 작은 한섬 택시는 물론이고 12마리의 말이 끄는 버스도 등장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말은 도시를 위기로 몰았다. 도로를 질주하는 말은 먹고 배설하는 생명체다. 말들은 그 덩치에 걸맞은 엄청난 양의 분뇨를 도로에 뿌려 놓았다. 이는 런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 세계 도시가 가진 공통의 문제였다.  


1920년을 기점으로 차량의 수요는 급증했다.  많던  개체수는 급감했다. 현대인은 도로에서 마차를   없다. 안전 문제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는 마부들이 안전성을 문제로 차량의 속도를 하도록 했다.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마차는 속도 문제로 도로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분뇨 문제를 해결한 것이 자동차였다. 지금은  자동차가  문제다.


마차에 익숙한 영국에서는 자동차에서 그 흔적을 깊게 남겨 놓았다. 바로 운전석의 위치다. 마부는 오른쪽에 앉아야 한다. 마부가 채찍을 들어 말을 몰기 때문에 오른손이 자유로워야 한다. 오른쪽에 앉아 말을 모는 왼쪽에는 승객이 한 명 더 앉을 수 있다. 이것이 영국 차량의 운전석이 오른쪽인 이유다. 하지만 이 결정은 매우 어리석었다. 자동차에서는 채찍을 휘두르지 않으니 말이다. 자동차 운전에는 자유로운 오른손이 더 필요하다.


학교에도 자동차 운전석 같은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구시대 흔적이 새로운 발전을 막는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치기 쉽지 않다. 학교 문화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 바꿀 수 있는 흔적은 바꿀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평원의 늙은 역마차(The Old Stage-Coach of the Plains)>

예술가: 프레드릭 레밍턴(Frederic Remington, 1861~1909)

국적: 미국

제작 시기: 1901

크기: 102.2×69.2㎝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에이먼 카터 미술관(Amon Carter Museum of America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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