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연하다'는 말의 무게

by 김재현

보편적 도덕이라는 게 존재할까? 사람들은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 당연하다는 말을 쉽게 한다. 나는 3년간 인간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쳤다. 3년 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나가며 얻어낸 결론은 쉽게 당연하다고 발언하는 것이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 발언은 최소 문화우월주의이며 최대 인종(국가) 차별이다.


“당신의 친구가 시속 100km 속도 제한 도로에서 120km/h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당신은 보조석에 타고 있었는데, 100km/h 달렸다고 증언하면 친구는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해당 질문을 듣고 절친을 떠올리니, 나는 도저히 경찰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동양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대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많은 사람이 ‘당연히’ 경찰관에게 이실직고를 한다. 나는 아직도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쉽게 당연하다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전 세계 70% 이상)이 친구를 택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센델은 그 책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를 쫓아가며 반복적으로 특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라” 철도에 묶인 1명보다 5명을 구하는 게 당연한가? 그 1명이 친구 혹은 부모라면? 5명을 구하는 게 규칙인 세상이라면, 친구보다는 5명을 구하는 게 당연한가?


일상에서 ‘당연히’는 강조 부사로 사용되곤 한다. 나는 그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갈등 상황에서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하다’라는 말이 쉽게 나와선 안된다. 친구 간이든 부부간이든 부모자식 간이든 그 당연하다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 보아라. 그것이 얼마나 문화우월주의적 사고인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 못하는 상대를 얼마나 미개하게 만드는가. 보편 가치란 이토록 무겁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록하지 말고 전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