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0년만에 이해한 “괄호치기”의 뜻

괄호치기와 연결 끊기

by 강하단

대학 시절 공대생들을 위한 교양으로 사회과학 과목을 수강할 때였다. 수업 중 들은 담당 교수님의 ‘괄호치기’란 표현이 왠지 듣기 좋아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사용했는데, 교수님으로부터 “그런 뜻이 아닌데…” 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 수업의 내용은 다 잊었지만 “괄호치기가 그런 뜻은 아닌데..”라는 교수님의 핀잔은 계속 뇌리에 남아 적잖게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에드문드 후설의 <아이디어: 순수 현상학>란 책에서 괄호치기는 “진리라고 믿는 생각을 잠시 보류하면서 사용하기를 끊기”로 의미를 새겨준다. 드는 생각을 잠시 접고 나를 지배하려는 흐름을 잠시 막아 세우고, 그 세움이 일으키는 현상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괄호치기란 특정한 진리를 부정하고 진리의 반대 진리를 세우는 것이 결코 아니고 기존 가치를 폐기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가치를 가치롭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표준 조건에 대한 의심을 가지라고 추천한다. 믿는 생각과 관련 진리에 해당되는 조건을 알려면 일단 괄호를 쳐야 되기 때문이다.


괄호치기는 “결국” 표준으로 받아들여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믿고 있으면서 현실 속에서 루틴으로 삼든지 아비투스라 믿어버린 것들에 대한 의심을 제대로 하란 말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자본주의에 괄호치기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이해하고 있던 '자본'이란 개념을 잠시 분리해서 곱씹어면서 자본의 개념없이 이해하는 자본주의 같은 것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투표없는 민주주의도 다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조건이라고 믿는 것들에 대한 괄호치기다.

keyword
이전 04화망치 한번 들고는 진리를 깨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