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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의선 광인 Aug 18. 2024

갑자기 책이 읽고싶어졌는데, 뭘 읽지?

책 <거인들의 인생문장>을 읽고

간만에 책을 읽고싶다는 간사한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책 읽는 취미가 없어지는 지금같은 시대에 왜 책 읽고싶다는 생각이 간사하냐고? 평상시에는 이런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가, 갑자기 인생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여서 인생의 진리가 알고싶어지거나, 어디서 ‘성공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주워듣고 갑자기 책 뽐뿌가 와서 ‘깔짝’ 책 읽으려고 시도하는 나같은 놈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아니다. 사실은 기특하다. 책을 찾는다는 행위 자체가. 종이로 누군가의 생각을 엮은 구시대의 유물에 관심을 가지며 남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자 시대 역행을 감내하는 것은 아주 혁명(?)적인 마음가짐이다. 나를 포함해 갑작스럽게 책이 읽고싶어졌는데, 막상 읽고싶은 책이 없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이름하야 <거인들의 인생문장>


고민하고 있는 주제가 있는가? 성공? 사랑? 자녀양육? 멋진 인생? 행복? 일단 이 책의 목차를 펼쳐 쇼핑 카탈로그마냥 마음에 드는 문구를 찾으면 된다. 나의 경우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이전부터 읽고 싶어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책의 내용을 담은 ‘긍정 마인드로 희망을 노래하라’라는 섹션에 꽂혔다.



섹션 시작부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그말대로 ‘거인의 인생문장.’

나는 나의 사랑과 희망으로 그대에게 명령한다. 그대 영혼 속의 영웅을 버리지 마라. 그대의 최고의 희망을 신성한 것으로 간직하라.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짜라투스트라)’의 핵심 내용을 포괄하는 명문장이다. 니체 사상에서 등장하는 ‘초인’의 개념이기도 하다. 초인이란 자기 자신과 세상을 긍정하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인간이며, 본인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초인을 다시말해 ‘희망과 긍정 메시지 전도사’라고 축약한다. 더불어 ‘자기 자신의 존재, 나의 가치를 정확히 찾아서 그것을 충실히 누려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본인의 의견도 첨언한다. ‘짜라투스트라…’와 관련하여 니체가 ‘이제 나는 명령한다. 짜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하라고.’라고 쓴 묘비명으로 섹션을 마무리하며 독자로 하여금 ‘짜라투스트라…’를 당장이라도 읽고싶게 만드는 가슴벅참이 이 책에 있다.


물론 책의 목차에서 꽂이는 부분이 없더라도 주욱 읽다보면 내 마음을 울리는 명언들이 가득하다.


‘서로 사랑하되 속박이 되도록 하지는 마십시오. 사랑이 두 분 영혼의 해변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 칼릴 지브란 <예언자>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하느니라’ - 요한 볼프광 폰 괴테 <파우스트>
‘희망은 삶 속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힘이며 죽음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 유진 오닐


물론 이 책에 나온 모든 ‘거인’들이 언행일치를 하며 살아온 건 아니다. <에밀>의 저자이자 교육학의 개척자 장 자크 루소가 실은 자기 아이 다섯 명을 모두 고아원에 보냈다는 사실이나, 사랑을 미루지 말라고 주장하였던 톨스토이도 사실은 자기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못하였다는 TMI까지 이 책에는 문학작품들과 그 저자들에 관련해 숨겨진 뒷담화같은 정보들이 많다.


책 소개의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감명깊게 읽은 부분을 소개해주고자 한다. 물론 해당 섹션의 주요 내용은 아니지만 내가 꽂힌 부분이다.

‘그는 수감 중 헤어진 아내의 생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했다. 아내와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단다.
“생애 처음으로 나는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시를 통해 노래하고,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이 최고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 진리란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다. 나는 인간의 시와 사상과 믿음이 설파하는 숭고한 비밀의 의미를 간파했다. 나는 또다시 아내와 침묵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쩌면 당시 나는 내 고통에 대한, 그리고 내가 서서히 죽어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 영혼이 사방을 뒤덮은 음울한 빛을 뚫고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것이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세계를 뛰어넘는 것을 느꼈다.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어디선가 ‘그렇다’라고 하는 활기찬 답을 들었다.”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다룬 섹션에서 발췌


가슴 찡하지 않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를 통해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처럼 숭고한 것은 없는 것 같아 사랑에 대한 열정이 벅차오른다.


다들 사랑하면서, 삶의 목적을 이뤄가며 희망을 노래하는 초인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책들에 관심을 갖고 탐독하게 되는 즐거운 독서생활이 되길 바라며,

아디오스.


+)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이 책에 대해 광고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그저 내가 읽고 감명받아 추천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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