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악(五嶽)의 서쪽
신령한 화산이 말을 건넨다
우뚝 솟은 꽃봉오리
실 같은 황하가 하늘 끝에서 흐른다
화하(華夏) 문명의 물줄기
화산에서 시작되어
대륙의 숨결이 되었다
천 개의 절벽이
만 년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돌사다리, 수직 돌계단,
찰이애(擦耳崖) 바위에
귀를 붙이고 지나간다
하늘과 속세를 잇는 외줄,
장공잔도(長空棧道) 벼랑에 새겨진
한유(韓愈)의 자취를 본다
‘한퇴지 투서처(韓退之 投書處)’
두려움에 주저앉아
절벽 아래 던진 유서 한 장이
오히려 생의 길을 열었으니
죽음의 벼랑조차
하나의 시가 되었다
황제의 가마도 닿지 못한 정상
김용의 친필 ‘화산논검(華山論劍)’
‘소오강호’와 ‘영웅문’이
무림의 전설이 되었으니,
두건을 쓴 화산파 제자들이
바위 틈새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화산은 한족의 근원지로 여겨지는 산으로 화하(華夏)족이라는 이칭의 화(華)자가 이 산을 의미한다. 김용의 무협 소설에서 '화산논검(華山論劍)'은 화산에서 천하제일을 결정하기 위한 무림 대회를 뜻한다. 소설의 인기에 따라 화산에는 이 대회를 기념하는 '화산논검‘ 비석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