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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내몽골 왕소군 묘(靑塚) 앞에서

by 두류산

궁중 화공의 붓 앞에

궁녀들의 재물이 쌓일 때

그녀는 백옥 같은 자존심을 지켰네

모연수가 그녀의 눈 밑에

검은 점 하나 찍었기에

황제의 눈길을 피해

흉노 왕의 비가 되었네


흉노로 떠나는 날

단 한 번의 눈길에

황제는 심장이 멈췄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었네

눈을 멀게 한 화공의 목을 치며

그는 회한을 삼켰네


흉노 땅 가는 길

두고 온 산하를 그리며 비파를 연주하자

하늘의 기러기마저 날갯짓을 잊고

땅에 떨어져 낙안(落雁)의 전설을 이루었네

흉노 왕은 그녀를 사랑하였고

한나라는 평화를 얻었네


그녀는 흉노 땅에서 봄을 맞았으나

그 땅에는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春來不似春)고 슬퍼했네

죽어 흉노 땅에 묻힌 무덤은

겨울에도 풀이 시들지 않아

세상 사람들을 한숨짓게 했네

경국지색이 나라를 기울일 때

그녀는 도리어 나라를 구했으니

후세 사람들이 4대 미녀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이유네



*양귀비, 서시, 초선과 더불어 중국 4대 미녀 중 한 명인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의 궁녀였으나, 흉노의 호한야 선우(呼韓邪單于)의 아내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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