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사막을 건너
뜨거운 모래가 노래하는 곳
낙타의 발굽 아래 길이 생기고
사람의 걸음마다 문명이 숨을 쉰다
동서양을 잇는 비단길 길목
한 점 오아시스, 돈황(敦煌)
명사산(鳴沙山)엔 모래가 울고
월아천(月牙泉)엔 초승달이 머문다
사막의 열기를 품은 낙타의 등
모래가 우는 능선을 넘고
초승달 닮은 샘을 돌아
마침내 사막 위의 사원
막고굴(莫高窟)에 닿는다
칠백 굴 안에 숨겨진
벽에 스민 붓끝은 천 년의 손길
그 안에 신라의 젊은 구도자
혜초 스님의 자취
장안을 지나 인도를 거쳐
페르시아 먼 끝까지
두 발로 써 내려간 수만 리 여정
왕오천축국전이
막고굴 벽에서 세월을 기다렸다
남천축국 달 밝은 밤
스님은 계림을 떠올렸다
붓은 고향에 전할 소식을 쓰지만
천축은 땅끝 서쪽에 있고
신라는 하늘가 동쪽에 있으니
기러기조차 닿지 않는 이국의 밤
그리움은 편지 대신
달빛에 흐르는 구름에 실어 보내는
한 줄 시로 변하여
가슴을 울린다
오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리움은 사막의 모래 속에 다시 피어나
달빛처럼 고요히 우리에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