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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철나무꾼 Sep 12. 2024

부딪히고,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들은 글을 쓴다. 내게도 글을 쓰는 이유가 있는데, 살면서 겪는 일들과 그 일들로 인해 느끼는 무수한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어서다.

잠이 오지 않는 오늘은 살고 싶어서 글을 쓴다. 조용한 방 안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다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한밤중에 밖에 나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이 없다면 옷이 흠뻑 젖을 만큼의 비.. 천장이 있어도 다 가려주지는 못했는지 벤치가 젖었다. 젖어버린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괴로움을

삼키기에는 너무 그림이 청승맞을 것 같아 결국 집에 들어와 약을 먹고 불을 켜고 자리에 앉았다.


 살고 싶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 너무나 부럽다. 안 그래도 퍽퍽한 삶, 매일같이 유리처럼 부딪히고 깨지고 부서지는 삶인데 스스로의 감정까지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해 약을 먹으니 더욱 비참하다. 속된 말로 미칠 것만 같다.


 자꾸 나쁜 생각만 들 때는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게 제일 낫다. 자조 섞인 한숨을 내뱉고 일상생활에 넌덜머리를 느끼다가도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 비관적인 생각의 절반 이상은 외로움이다. 사무치게 외로워서 눈물을 삼키며 잠에 든다. 엉엉 울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괴롭고, 더 외롭고, 더 슬프기만 하다.

한 번도 이런 외로움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늘 내가 졌고, 늘 찌질하게 울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늘 부딪히고, 깨지고, 부서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생을, 숨이 붙어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살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울 수밖에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외로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근원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포기한 채 무수하게 쏟아지는 감정에 몸을 맡기다가

글을 쓰다 보면 또 감정이 거짓말처럼 정리가 된다.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마치 질서가 잡히지 않은 아수라장 한복판에서 사람들 모두를 일렬로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는 내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사랑할 의무가 있다. 울고 있으면 눈물을 닦아주고, 화를 내면 그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글을 쓴다. 여과 없이 솔직하게 내면에 집중하며 담담한 마음으로 감정들을 흘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부딪히고,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부서져 금이 갔더라도, 물거품이 되어 잿더미처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싶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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