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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분

육아휴직 첫날

by 루이제

육아휴직 D-1,

휴대폰에서 기상 알람과 기타 업무 알림, 리마인더를 다 껐다.


대망의 육아휴직 개시 D-Day,

첫날 오전 9시 반쯤 느지막이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건 바로(물론 세수 양치하고 물 한 잔과 함께 유산균과 철분제를 먹고 나서, 그 다음으로) 요거트볼 만들기.

거실 테이블에 요거트를 올려놓고 적당히 조용한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했다



우선 휴직기간에도 나만의 루틴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 산 다이어리를 꺼냈다.

주간 계획이란 건 거창할 게 없었다.


1. 본격 휴직 라이프 즐기기

2. 온전히 쉬기

3. 몸 아픈 곳 낫기


이렇게 달랑 3개를 쓰고 보니 정말 뭔가 이제 쉬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휴직하고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브런치 연재였다.

글쓰기는 나의 유일한 해방구이기도 하고, 육아휴직 후의 생활을 잘 기록해보고 싶었다.

첨엔 꼭 브런치만을 플랫폼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어서 요즘 유행하는 스레드를 시작해볼까도 싶었다.

그런데 스레드는 트위터 같은 느낌이라 열린 공간에 선뜻 나가는 게 두려웠다.

역시 나는 잘 정돈된 글을 발행하는 브런치가 좋다.



오전 고정 루틴으로 정한 것은 바로 그날그날 따끈따끈하게 도착한 '뉴스레터 읽기'다.

평소에도 휘클리나 뉴닉, 아하레터 등을 구독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직장에서는 업무루틴이 별도로 잡혀있기 때문에 각 잡고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휴직하고 오전 루틴으로 가장 적당한 건 메일링 구독 콘텐츠를 정독하는 것이었다.

그간 읽고 싶었으나 시간적으로 부담스러워서 구독하지 못했던 뉴스레터들도 추가로 구독신청했다.

이렇게 요거트를 먹으며 뉴스레터만 읽어도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EBS 오디오 어학당을 듣는다.

매달 4,900원의 구독료를 내고 정기적으로 듣기 시작한 지 이제 벌써 1년이 넘어간다.

내가 꾸준히 배우고 있는 외국어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로 출근 시간에 방송을 듣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교재에 표현 밑줄치고 쓱 훑어보는 정도로 공부했다.

별도의 학습시간은 없었다. 그냥 '유지'에 초점을 맞춘 학습법이었다.


하지만 휴직하고 나서는 출퇴근이 없어지고, 낮에도 여유가 많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교재를 펴고 방송을 들을 시간이 생겼다. 방송을 듣고 그날 교재 분량을 혼자 다시 한번 학습한 후, 다음날엔 내가 만든 단어 테스트와 함께 복습한다.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학습효과도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공부를 하다 보면 졸리기 때문에... OTT를 보면서 한잠 자기를 실시한다.

임신 후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진장 피곤하고 졸리다. 임신 초기보다 훨씬 심한 것 같다.

최근에 다시 심해진 임신성 비염으로 코가 막혀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아서 낮잠은 필수다.

게다가 좌골신경통 때문에 집안에서 조금만 걸어도(그걸 걷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피곤해지기 일쑤다.


육아휴직 이후에도 후기의 임산부의 삶은 정말 쉽지 않다.

임신 35주 차 휴직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 주라도 더 늦게 들어갔더라면 몸이 얼마나 더 망가졌을지, 과연 버틸 수는 있었을지 정말 아찔하다.

지금도 걷기조차 힘들어 집에서도 최소한의 움직임만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혹자는 아이 나오기 전에 마지막 자유를 누리라고 했지만 나에겐 전혀 유효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내 온몸이 '살려 달라'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하면 출산 전에 쇼핑몰도 다니고, 혼자 여기저기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어불성설이다.

집에서 밥 챙겨 먹고 화장실이나 다녀올 수 있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애잔하네... 하지만 이게 육아휴직의 현실이다.

한의원에서는 지금의 통증이 '배속의 꼬마가 나와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는데...

출산 전에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그렇지 못하더라도 출산 후 조리원 2주가 회복의 골든타임이 될 것 같다.


결론. 육아휴직 첫날의 기분은, 아 그냥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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