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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닮았나요?>

작가와의 만남, 스토리를 담다

by 고강훈

No. 34. 나의 북토크 참석 서른네 번째 이야기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어제도 어김없이 7시 진주문고 북토크에 참석을 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도착해서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참석자들이 한분 한분 도착을 하시어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였다. 얼핏 봐도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다. 대각선에 계신 중년의 한 여성분이 나를 보며 반가운 듯 이야기하신다.


“한기호 소장님이 참석하라고 해서 급하게 달려왔답니다.”라고 하시며 인사를 하시는 거다.

“네~ 멀리서 오셨나 봐요?” 나는 예의상 되물었다.

내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말씀하신다.


“네, 청주서 왔어요.”

“잘 오셨어요.” 답해드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한기호 소장님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신다.

나는 못 들은 척했다. 사실, 한기호 소장님이 누군지 몰랐다.


반응이 없자, 그분은 나에게 양손으로 나의 얼굴을 가리키며 놀라운 한 말씀을 하셨다.


“이주빈 시인님 아니세요?”

“….”

“아닌데요. 시인님은 진주문고 대표님과 계신 것 같은데요”

“아~~~ 너무 닮아서….”

“시인님과 닮았다니 영광입니다.”

그 뒤로 그분과 눈도 안 마주치며 북토크에만 집중했다.

KakaoTalk_20250228_151009896_23.jpg 북토크 현장




시집은 어떻게 나왔을까?


이 시집을 세상에 나온 배경을 알게 된 순간이다. 모든 책이 세상으로 나오려면 구구절절 사연이 있다. 그 숨은 사연을 알게 되면 더 많은 공감과 재미를 느낀다.


이주빈 시인이 등장하시기에 앞서 한 분이 강단에 오르셨다. 시인과 시집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오르셨다고 한다. 섬 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강제윤「통영은 맛있다.」 작가님이라 하셨다. 오마이뉴스 창간 시절, 이주빈 시인이 기자일 때 ‘보길도에서 온 편지 칼럼’ 연재를 제의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시며 기자인데 기사가 시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글이 좋아서 20년 동안 오래 지켜보셨고, 이주빈 시인의 페북에 툭툭 올라온 글들이 다 시로 보였다고 한다. 유학 시절(섬에서 육지로)에 흑산도의 그리움을 담은 글들이었다. 알고 보니 이주빈 시인은 중학교에 시를 쓰고 백일장도 휩쓴 이였다. 학생운동, 기자를 하면서 시인으로서 삶은 버렸지만 시는 그를 버리지 않은 셈이다.

강제윤 작가는 이주빈 시인에게 시집 하나 내자고 꼬셨다고 한다. 이에 이주빈 시인은 여러워하며(‘쑥스럽다’의 전라도 사투리)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섬에 대한 문학과 기록으로 가치가 있다.라고 꼬셔도 말을 안 들어 시인되라고 말 안 할 테니 시 팔아서 술 사 먹자는 것으로 넘어왔다고 하셨다. 술을 이야기하니 시가 술술 나온 것이다.


버릴 게 없는 훌륭한 시들이 많지만, 시집이 너무 두꺼워져 그중에 70편을 골라 보내게 된 것이다. 한기호 소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기지로 시집을 1쇄 2,000부를 출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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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黑山)?


- 홍어의 섬.

- 수평선 너머 수평선이 보이는 섬.

- 신안군 섬 천 개를 지나야 나오는 섬.

- 서울보다 오키나와가 가까운 섬.(흑산도에서 서울 : 420km, 흑산도에서 오키나와 355km)

- 동백꽃과 멜 꽃.(멜 꽃 : 수많은 멸치가 그물에서 마구 튀어 오르는 모습)

- 지피미, 외딴섬 깊은 골.

- 산이 푸르다 못해 검은 흑산.

- 섬 유배지. (정약전 등)

- 무장 공비들이 숨었던 곳. (흑룡작전, 흑마작전)

- 일제에 의해 수많은 고래가 포획된 곳. (고래 공원)

- 태풍을 피해 들어온 외국 선적의 국제 항구.


흑산도,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이 흑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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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낭송한 시


북토크 현장에서 차례대로 시 낭송 기회를 주셨다. 시집을 다 읽었던 터라 읽고 싶은 시가 있었다. 다른 시들은 그립고, 외롭고, 쓸쓸하고 애틋함이 묻어 있다면, 이 시는 설레고 떨리고 아쉽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가 생각났다.


<연애 시절> 이주빈


손잡고 자자 했더니

피곤해하며 돌아눕는다

이윽고 숨소리 새근하여

슬며시 손잡았더니

왜 그래 하며 뿌리친다


숨소리까지 비추던 달

서녘으로 기울고

모로 누운 등에

슬그머니 살을 댄다

돌부처처럼 의젓한 그 여자


삐비 순처럼 흘러내린

그 여자 머리카락 서너 올을 돌돌 말아

언약식 반지인 양

검지손가락에 꼬옥 끼고서야

그윽하게 잠들었네

서리 든 창밖엔 컹컹

늙은 개 새벽 도둑 쫓는 소리



집에 들어서자마자 시집을 들고 아내에게 다가갔다.


“여보, 잠깐만 눈 감고 있어 봐. 내가 시 한 편 읽어 줄게.”

듣고 난 아내의 답변은

“그래서 그 여자가 누군데?” 이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한 것보다 싱거웠다.

“감흥이 없다. 아무런 느낌이 안 와.”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며 서로의 긴 밤을 조용히 보냈다.


이주빈 시인과 닮았나요?


#내고향흑산도푸르다지쳐검은섬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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