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 연필을 깎다가 선생님께 혼난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전날 연필을 깎지 않고 등교해서 쉬는 시간도 아닌 수업 시간에 연필을 깎던 말 안 듣는 그런 친구들이 기억난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놀라서 손을 베이기도 한 녀석. 피를 흘리며 양호실로 뛰어가던 모습…. 그리고 화가 난 선생님은 당구 채로 만든 회초리로 그 녀석을 혼내기도 하셨다.
필기구는 거의 문화연필이나 동화 연필 HB를 사용했다. 매일 집에서 숙제를 마치면 연필을 깎고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문방구에서 연필 깎는 용도로 나온 칼이 있었는데 도루코 제품의 50원 정도 하는 접이식 칼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문방구에서 50원 정도에 구매했던 것 같다.
한 번은 친구 집에 갔었는데 2층 양옥집에 살고 있었다. 우리 집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 친구 집에는 공부방이 따로 있었고, 침대와 불이 들어오는 책상도 있었다. 여기저기 집을 구경하다 친구 책상에 들어온 녀석이 있었다.
기차 모양이다. 녀석이 말하기 전 까진 정말로 장난감인 줄 알았다.
연필깎이란다. 신기했다. 나도 내 연필을 녀석의 입에 넣어보았다.
손으로 돌리니 재미도 있고 잘 깎이는 듯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꾸 내 연필을 먹어버렸다.
몽당연필이 되어버렸다.
당황하면서도 피식 웃으며 버리지 못하고 나중에는 모나미 볼펜대에 끼워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녀석이 연필을 너무 매끄럽게 잘 깎아오던 이유가 이놈이었구나 싶었다.
부러웠다.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가질 수 없었다.
부의 상징도 아닌 학용품이 빈부의 격차를 느끼게 해 준 물건이었다.
“엄마, 친구 집에 가니 연필깎이가 있었어. 어떤 친구는 전동으로 된 완전 자동이야.”
“나도 가지고 싶은데….”
엄마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엄마는 그날 저녁 도루코 칼로 연필 4자루를 이쁘게 이발을 해놓으셨다. 정말 이쁘게. 동화와 문화의 검은 머리가 빛나도록….
이제 세월이 지나 나는 그 녀석을 두 개나 가졌다.
자랑하고 싶은데 내 짝지는 지금 곁에 없다.
짝지야! 우리 집에도 있어. 두 개나. 우리 집에 놀러 와!
연필은 문화나 동화가 아닌 스테들러로 바뀌었지만 하이샤파 기차 보유자가 되어 기쁘다.
P.S 가끔 검은 제도 샤프도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