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진주문고에 왔습니다
필사를 꾸준히 하다 보니 북토크 사회를 보았다.
예정대로 그날이 오고 말았다. 전날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사회는 서른 살 쯤이었던가 두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맡은 게 다였다. 두 결혼식 모두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었다. 사회자가 원맨쇼로 메꿔야 했다. 어차피 말투 교정은 실패라 열심히 대본을 쓰고 외운 기억이 난다. 그 친구들은 잘살고 있다. 아, 한 명은 이혼했구나. 진심으로 잘 살길 바랐기에 내 탓은 아니라 생각한다.
작가님 부부가 진주에 도착했다고 하셨다. 진주에 오셨으면 진주냉면을 맛봐야 한다. 진주에는 ‘ㅎ’ 냉면, ‘ㅈ’ 냉면, ‘ㅅ’ 냉면, ‘ㄱ’ 냉면 등 서로 앞다퉈 원조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그 맛은 비등하다. 육수 베이스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진짜 원조 냉면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주냉면 고유의 전통 방식을 누가 먼저, 누가 더 비슷하게 복원했냐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어차피 맛은 고객이 평가한다.
맛있게 냉면을 먹고 진주문고 여서재로 향했다.
2025년 5월 20일 7시 북토크는 시작이 되었다. 실수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청중들에게 오프너로 한마디를 건넨다.
“혹시 여기 오신 분 중, 필사를 해보신 분 계신가요?”
긴장도 없앨 겸 기대 없이 물어봤는데, 다섯 분이 손을 드셨다. 도리어 내가 당황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편성준작가님의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북토크 사회를 맡은 고강훈입니다. 평일 저녁 이렇게 귀한 걸음으로 북토크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소개를 짧게 한 다음, 휴대전화 무음을 안내해 드리고 작가님 소개와 함께 1시간 반의 북토크는 진행이 되었다. 책 속의 여든한 개의 문장 중 작가가 고른 문장의 소개와 필사의 시간, 낭독의 시간을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글쓰기 팁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오늘을 위해 각인을 넣은 북마크를 준비했는데, 참여자에게 소정의 선물까지 줄 수 있어 뿌듯한 순간이었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읽고 책을 쓰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진주문고를 자주 들락거렸다. 그때는 참고서나 문제지만 샀던 기억이 난다. 대학 다닐 때는 연애의 장소였다. 극장을 들릴 때면 꼭 진주문고를 거쳤으니까. 그런 추억이 있는 장소가 꿈이 실현되는 장소가 되었다.
세월이 지나 육아를 하면서 저녁 먹고 애들 일찍 재우고 슬리퍼 신고 들린 동네 책방도 진주문고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책 냄새가 좋아 서점을 자주 들락거렸던 기억에서 책을 내고 싶었던 기억까지 되살아났다. 포기했던 그 순간이.
그 발단은 내가 쓴 책을 아내에게 선물해야 지였다.
‘평범한 사람도 책을 쓸 수 있다며?’ 그땐 참 순진했다. 아니, 멍청했다.
그러던 중 서점의 책꽂이에서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발견하고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 나도 이렇게 써보고 싶다.’ 가능할까?
이때부터 글쓰기 관련 책을 찾기 시작했고 인터넷 강의를 찾기 시작을 했다.
브런치에 글도 쓰며 서점의 북토크도 자주 참석하기도 했다.
나를 살린 문장은 아니었지만, 나의 삶을 바꾼 한마디였다.
시간이 지나 진주문고에서 2022년 10월 5일에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북토크에 참석하게 되었다. 작가님의 책을 완독하고 참석했던 터라 귀찮게 질문 공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답변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고 선생님, 야심을 가지고 글을 써보세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이 내 글을 무시하든 말든, 보든 안 보든 개의치 않고 계속 쓸 수 있었다.
“왜냐면 나는 어제도 오늘도 회사원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작가님과 인연으로 소행성 글쓰기 워크숍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24년 1월 1일부터 5.5개월 동안 진주에서 서울까지 10번을 왕복하게 되었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석했다. 그땐 무슨 의지가 불타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새벽 6시에 고속버스 타고 올라가서 저녁 9시쯤에 진주에 내려오곤 했다. 지하철까지 치면 이동시간이 왕복으로 9시간은 된다. 그냥 진짜 열심히 하고 싶었나 보다.
이 시기에 편성준 작가님과 윤혜자기획자님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수업에 꾸준히 참석하니 초고가 완성이 되었다. 된다. 된다. 하니까 된다.
형편없었던 필력은 나를 욕할 정도는 아닐 만큼 바뀌었다. 공모전 당선도 되고 필사대회도 입상하고 출판공모전도 욕심을 내게 되었다. 302편이 응모를 하였고 문학과 비문학 중 총 5편 선정되었는데 운 좋게 5편 안에 포함되어 에세이 부분 예비선정 당선이 되었다.
(예비 선정 : 출판사의 기획수정을 협의 후 반영 할 경우 출간 가능)
결과물은 아직 없다. 출간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자신감과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훌륭한 글 선생님 두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책 쓰기 욕심이 생긴 것도 진주문고였지만 진주문고에서 만난 작가님의 북토크 사회를 보게 된 장소도 진주문고가 되었다. 단연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문화를 팔고 꿈을 여는 곳이라 생각한다.
편성준 작가님의 말씀 덕분에 용기를 가지고 글을 쓰게 되었다는 아주 아름다운 결말이다.
“내일의 나를 만드는 건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다.”
북토크에 참석해서 들었던 한 마디가 삶의 작은 불씨가 되었다.
읽는 사람에서 메모하는 사람, 쓰는 사람으로!
서울에서 엔지니어로 야근만 하던 삶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천국에서 살고 있다.
진주문고 블로그 <북토크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