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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지만>

작가와의 만남_장은수

by 고강훈

1. 삶을 바꾸는 세 가지 동사


2025년 6월 20일 북토크 알림을 받고 서점으로 향한다. 금요일이라 북토크 사전 신청은 안 한 상태이다. 개인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선순위를 뒤로 미뤘다. 7시 북토크 예정이라 그전까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도 나를 찾지 않았다. 불금인데 어디도 나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내가 찾아간 장소 진주문고 2층 여서재. 현장에서 접수하고 앞자리에 앉아본다.

오늘 작가와의 만남은 장은수 작가(출판 편집인, 문학평론가)이다. 작가님을 모른 상태로 정말 책 제목에 끌려 찾아왔다. 작가님의 소개와 함께 한마디를 하신다. 글을 2만 5천 매를 써왔지만 나는 작가가 아니다. 본업은 출판 편집인이자 문학평론가라고 강조하며 그냥 읽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품은 작가들이 더 잘 쓰는 분야, 문학은 교수들이 더 잘하는 분야.

내가 책을 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담스러웠다는 작가는 저는 그냥 “그냥 읽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말한다.

본인은 글도 쓰지만 읽는 일이 더 좋다고 한다. 삶을 바꾸는 세 가지 동사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를 강조하며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KakaoTalk_20250626_104858634_08.jpg 장은수 작가 북토크




2. 문학편집자의 삶


중학교 때 친구 집에 책을 접한 이후 도서관을 넘나들며 책에 대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재밌는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고 이후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서울대 국문과를 입학하고(듣는 순간 전혀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자연스레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 후 작가나 시인의 길로 향하는 그분들의 역량을 존경하며 자신은 지인의 추천으로 편집의 길로 가게 되었다. 93년 민음사 말단사원으로 입사하여 세계 문학전집을 세팅하며 많은 결과를 남기며 민음사 대표이사까지 역임했고, 비룡소에서 문학 편집자까지 일하게 되었다.


자기 생각은 에디터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며 읽는 사람이지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장은수 이 책을 내기 전까지 내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라며 에디터가 책을 내는 것은 이슈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주변에 편집자들이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읽은 책 중 편집자의 저서들이 제법 된다. 이 부분은 주관적인 장은수 작가님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며 업을 넘나드는 정체성에 민감한 분이라 생각이 든다. 자신은 그저 읽는 사람, 활자 중독자라고 믿고 있었다.


KakaoTalk_20250626_104858634_06.jpg 장은수 편집인

3.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이 책은 인생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자전적인 에디터의 삶을 이야기하기 싫어서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의 이야기로 끌어낸 책이다.

이미 넘어진 사람의 이야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

‘이미’와 ‘다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을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넘어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문학에서 풀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파테이 마토스(pathei mathos)’

“저희가 고통의 날들을 세도록 가르치소서.”

“제우스께서는 인간들을 지혜로 이끌되 고뇌를 통해 지혜를 얻게 하시니 그분께서 세우신 이 법칙은 언제나 유효하다네.”

‘고통에서 배운다.’

▣읽다

‘집어 들고 읽어라.’

타자의 경험과 생각을 내 안으로 데려오다

▣일하다

‘고난이 삶을 제압하고, 궁핍이 험난을 강제하는 세상에서 노고가 모든 것을 극복하리라.’

- 험난 : 험난은 삶의 디폴트.

- 노고 : 내가 의미 있다고 하는 일. 내가 바라는 대로 사는 것.

- 고역 : 남이 의도하는 대로 죽도록 노력하는 일

원래 불행한데 노력해서 그나마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다

‘사랑하라’

민네(Minne, 격통), 사랑하기 좋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 고통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으리.”

사랑, 삶을 고쳐 쓰다.

“연인들의 아름다운 몸속에서 생명이 전율하고 있었다. 그래, 죽음이여 올 테면 와라.”

사랑, 죽음 너머로 삶을 실어 가는 힘.

KakaoTalk_20250626_104858634_07.jpg 장은수 작가


4. 문학의 발견


문학을 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시간이었다.

문학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수많은 문학적 이벤트를 나열하는 시간이었다. 문학은 일상이 통째로 무너진 다음 아직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학이 평범하면 아무 일도 없듯 주인공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함의 고통이 아니라 행함의 고통을 택할 때 다른 삶이 가능하다. 다른 삶이 가능하다고 믿을 때 책을 읽는다. 장은수 작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나의 짧은 문학적 지식으로 따라가기에는 벅찬 시간이었다. 무지에서 미지로 가는 순간에 또 한 수 배우게 되었다.


KakaoTalk_20250626_104858634_09.jpg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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