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남깁니다
서평가가 되는 법?
간단하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뒤, 자신을 ‘서평가’라고 선언하면 된다. 끝.
책의 서문 첫 줄을 읽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쩌면 정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AI에게 물으면 1번부터 5번까지 조목조목 정리된 답이 돌아올 거다. “더 궁금한 건 없나요?”라는 말과 함께.
책에서 말하듯, 서평가가 되기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협회의 이수 과정을 수강할 필요도, 시험을 볼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글로 적으면 된다.
‘읽고 적는다.’ 단순한 이 행위는,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서평이 될 수도, 개인의 기록이 될 수도, 혹은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서평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일기장이나 서랍 속 다이어리에 남기는 독후감과는 다르다.
혼자만 읽는 기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는 수많은 서평이 넘쳐난다.
‘내돈내산’, ‘내가산책’ 같은 해시태그로 진심을 담아 쓴 서평도 있지만, ‘도서 협찬’, ‘출판사 제공’처럼 책의 노출을 위해 작성된 서평도 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출판사 제공 문구만 옮기거나, 인상적인 문장만 나열하는 때도 있다. 이런 서평은 감정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작가와 출판사를 지지하는 경계에서 ‘서평’과 틀에 박힌 ‘책 소개’에서 고민을 한 적도 있다.
인스타에서 어떤 사람은 하루에 책을 5~6권씩 올린다. 자신을 ‘북스타그래머’라 소개한다. 서평이라 하기보다 책 소개가 가깝다.
대단한 ‘속독가이시구나’하며 처음에는 이 사람이 다 읽은 줄 알았다. 진짜 다 읽는 사람도 있긴 있었지만, 달력에 30일을 채우며 30권의 ‘책 탑’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한다.
나도 가끔 인스타그램에 책 감상을 올린다. 사실, 내 글을 보고 누군가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주로 완독 후, 내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지만 그런 글은 인기가 없다. 아마도 독자들이 내 감상이 너무 주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네 생각이고” 이런 표현이 맞으려나?)
오히려, 인플루언서가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누가 읽으면 좋다”는 식의 강한 문장이 더 많은 시선을 끈다. 어그로성 문장과 적당한 포장이 있어야 주목받기 쉬운 시대다.
그런 글은 서평이라기보다, 책 소개에 가깝지만, 사람들은 더 반긴다.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은 많이 알려지면 좋으니까 필요한 행위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책이 닿으면 최고의 주선자가 되는 건 사실이니 나도 이런 달콤한 말에 책을 구매한 적이 많았다.
진심으로 작가를 지지하며 책 내용을 소개한 사람보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적은 단 한 줄에 마음이 홀려 넘어가 버린다.
진심으로 작가를 지지하고,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글이야말로 서평이라 믿는다.
김성신 평론가의 말처럼, 서평은 “책을 지지하고, 작가를 격려하는 가장 쉽고 유력한 방식”이라는 문장이 오래 남는다.책을 읽고,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 내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책에서 말하는>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주변 인물들을 서평가의 길로 이끈 이야기와 이미 서평가로 활동 중인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 ‘서평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서평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평가’라 불리게 되었는지, 어떤 계기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7가지 에피소드와 청년 문화 평론 모임 ‘비평연대 프로젝트’ 사례가 담겨 있다.
서평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방법 자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는다. 이미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이 따로 존재하고, 그 책도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 글이 부족하더라도, 소소하게 읽고 쓰는 즐거움을 누리며 책의 세계를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미 알고 있는>
페이스 북에서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말한 책 『서평가 되는 법』
서평과 문화콘텐츠 소개를 많이 하시는
『읽은 기쁨』,『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의 저자 편성준 작가님.
편성준 작가님이 4월 21일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을 읽었다.
김성신은 나 좋자고 살기보다는 ‘남 좋자고 사는’ 사람이다.
‘책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사람은 안전하다.’라는 말은 이 책 덕분에 안전을 넘어 감동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우스갯소리지만 소개팅할 때 책을 들고나갔으면 애프터 성공률이 높아졌으려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겠지만 재밌는 말이었다.
김미옥 선생님 또한 이런 마음으로 서평을 남기고 계신다.
스스로 서평가라 말하지 않은 분. 하지만,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서평을 적고 계시는 분.
『미옥이전』,『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두 번의 북토크에서 책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서평이 많이 올라와서 매번 놀라고 있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을들의 반란을 위한 독서’라는 책 선택 기준을 두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좋은 책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서평으로 작가들을 지지하고 계신다.
5월 5일 김미옥 선생님이 남긴 글 중
“모두 『서평가 되는 법』을 읽고 편안하게 독후감을 쓰시라. 글을 잘쓰니 못쓰니 개의치 마시고 자기답게 쓰시라.”
김미옥 선생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읽고 나도 이제야 남겨본다.
아마 두 분 때문에 내가 지난 5월에 책을 구매하지 않았나 싶다.
근데 왜 여태 안 읽고, 책가방에 들고 다녔을까? 그렇다. 유유는 책을 손에 딱 들어오고 가볍고 할 말만 하는 책을 만든다. 그리고 법을 좋아한다. 법대생도 아닌 나는 유유가 만든 법을 참 많이 배웠다.
가방에 작아서 넣고 다니다가 책과 책 사이에서 햄버거의 치즈처럼 끼여서 울고 있는 녀석을 이제야 꺼냈다.
“나 언제 읽을 거야?”
“ㅠㅠ” (유유 출판)
오늘 드디어 탈출시켜 줬다.
마지막 장에 또 반가운 이름이다. 사공영 책임 편집자!
진주문고에서 열린 북토크 ‘경상의 말들’의 사회를 보신 유유출판사 사공영 편집자
책에서 또 만나니 이렇게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