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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미라클 Apr 19. 2023

일장춘몽 같았던 하루의 꿈

관장 제의 거절, 약일까 독일까?


  다른 지역이긴 하지만 아픔으로 떠났던 그곳에서 관장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던 일이기에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서류도 제출하고 미팅 시간도 잡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지난 트라우마가 떠올라 마음이 요동칩니다. '1년 뒤 정규직 전환 검토'란 단서가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거슬리네요.

 

  3년 전, 그때도 그랬지요? 처음엔 정년이 보장된다더니, 운영정책이 바뀌어 3년마다 계약을 해야 한다고... 면접 땐 사무총장과 순환보직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시던 님들이 내부에 문제가 생기니 계약만료라고 하셨지요. 


  6년간 증액되지 않은 보조금을 2년에 한 번씩 증액시키고, A등급이란 걸 구경도 못했던 기관에 평가사업 2개 모두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어요. 인증평가에선 직업능력개발심사 우수기관인 5년 인증과, 민간위탁 3년 인증을 받았고요. 이직이 잦던 곳에서 1년 동안 1명만 퇴사하는 조직 안정도 이루고 수익사업에도 최고의 이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운영주체에 생긴 문제가 저에게 불똥이 튀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내 식구 챙기기로 결론을 내셔 놓고 사무총장과 둘을 놓고 채용공고를 내겠다고 합니다. 계약만료는 됐지만 제가 일을 너무 잘해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나요? 그게 동등한 기회입니까?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리는 하나인데 사람은 둘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십니다. 사람 두 번 죽이는 일을 서슴없이 저를 위한 일이라고 하며, 지역민이 아니라 아쉽다는 어이없는 말에 싸움조차 포기했었습니다.

 

  그 아픔의 상처를 이제 겨우 잊었는데 막상 가려니 두렵습니다. 그곳은 이곳과 전혀 다른 곳이겠지요? 주말부부에 아이들도 이미 품을 떠나 타 지역 이동이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30년을 살았다고는 하나 일가친척 하나 없는 이곳보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고 싶어 정리 중에 있습니다. 그러니 크게 걸림돌도 없어 괜찮겠다 싶었지요. 이제 편하게 살라는 남편을 설득해 포기에 가까운 동의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설레는 마음보다 아팠던 상처들이 더 크게 비집고 들어옵니다. 나 하나 좋자고, 아니 다시 상처 입을지도 모를 그 일을 위해 가족들의 생활 터전을 혼란스럽게 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인사위원회를 잘 통과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잘 안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내가 버리기 아까우니 남이 버려주길 바라는 마음인가 봅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고민하다 늦은 밤 실례를 무릅쓰고 카톡을 보냈습니다. 약속을 어긴 실없는 사람 돼서 죄송하긴 하지만 이제 마음이 편해집니다.

 

  언젠가 후회할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의 행복과 삶이 더 소중하기에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삶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건 저이니 더 멋진 곳으로 항해를 떠나봐야겠습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무엇'을 캐러 부지런히 움직여 보렵니다. 그게, '꽝'일지 '찬란한 보석'일진 모르지만 갈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 일을 잊고 내일의 꿈을 위해 자야겠습니다.

  일장춘몽 같았던 오늘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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