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지 않지만,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53개월. 아이를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 가정 보육을 마치기로 결정했다.

by Kate Yejin


오늘도 아이는 나와 함께 했다.

기본생활습관의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받아서 보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관에 보내기 전 이미 약속된 일정이 있어서 등원하지 않았다.


오늘 아이가 등원했다면, 이번 달 누리과정 주제에 따른 일과에 따라 기본생활습관을 배우는 전반적인 활동을 진행하는 일정을 수행하며, 대집단 활동, 친구들과의 사회성, 상호작용, 규칙,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신뢰를, 사회를 알아가는 연습을 하고 하원했을 것이다.


나는 대안학교를 지향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놀이학교, 숲 학교, 대안학교의 프로그램은 지향하는 편이라 아이가 보고 겪는 일상의 모든 활동이 놀이이며, 배움이라는 생각을 가장 비중 있는 바탕으로 가지고 있다. 일상이 놀이이자 숲 학교, 대안학교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육아를 하는 편이다.


생각은 생각이었을 뿐 아이를 제일 먼저 보내고 싶었던 기관은 몬테소리, 놀이를 바탕으로 한 숲 학교, 일반 보육과 교육을 병행한 기관이었고, 일유와 영유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집 부근에는 1, 2 지망은 없었을뿐더러 3 지망은 경쟁이 워낙 높았기에 플랜 B인 사립에 가까운 민간 어린이집을 등록해 잠시 등원했다가 코로나 시작과 함께 가정 보육을 계속하게 되었다.


다른 이변이 없다면 7세까지 등원하고 졸업시킬 예정이지만 '가정 보육'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가정 보육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가정 보육은 아이를 위한 안전이란 이유와 나의 게으름으로 시작되었고, 아이의 발달을 위한 좋은 선택은 아니었으리란 생각은 여전히 하고 있지만 내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는 아이의 시간을 엄마는 엄마의 시간을 보내며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오늘도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았다.


육아가 내가 예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에 미련하게 육아에만 전념한 나의 체력은 금세 소진되고 방전되어 남아있는 여유공간이 조금도 없었고,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힘을 쓸 여력이 그러고 싶은 마음도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듯 만나는 사람도 적었을뿐더러 바깥출입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선택적 칩거를 자처한 지 몇 해. 나를 아는 사람들은 육아를 하며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곤 혀를 끌끌 찼고, 바깥 활동을 좀 해보라고 권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아이에게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매일 비슷한 차림을 하고 다닌 지 5년. 잠겨 있던 문을 스스로 열어 새로운 옷을 챙겨 입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별일 아닌 일이겠지만 나에겐 몇 년 만에 시도하게 된 특별한 일이었다.


나와 동행한 아이는 야외 풀밭에서 진행된 모임에 참석했다. 엄마와 일상의 활동을 했고 이곳에서 기본생활습관으로 지적받는 아이가 아닌 '인사 잘하고, 다정하고, 웃음 많고, 즐거운 아이’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다. 아이 또한 이날을 좋은 기억의 시간으로 그려냈다.


'아이를 어떤 환경에 풀어놓느냐'

아이가 던져진 환경에 상황에 따라 그 환경에 속한 사람들에 따라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실 아이는 똑같았다. 어디서든 어느 곳에서든

악의 없이 똑같이 즐거움에 움직이고, 꼭 같은 소리로 이야기하는 행동을 하는 모습은 늘 같았다.


약속, 규칙을 배우고, 사회란 울타리 속에 보이지 않는 규범, 예절을 학습해가는 과정을 통해 그 틀에 벗어나지 않는 아이로 갈고닦아지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아이가 있는 곳이 어느 곳이냐에 따라 아이를 규정짓는 환경의 범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했던 일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대단하다며 빈정대듯 비꼬는 시선이 있을까? 나라고 모든 것을 잘할 리는 만무하다. 그것이 다른 것도 아닌 아이의 양육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방향을 잘 못 잡고 헤매기도 했고, 오류를 범하는 실수하기도 했으며, 쉽게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비슷한 지향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일상에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이들과 함께하면 나의 긍정 에너지도 연습이 되고 훈련되어 또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기를 힘썼고, 그러한 환경이 아니라면 내가 주체가 되어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란 생각도 품게 되었다.


육아를 시작하고 선택적 칩거 족의 삶을 살며, 혼자 육아하느라 똥줄 빠졌던 내가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고, 그 배움을 봉사로 환원하기로 했다는 것, 그 시작의 첫 모임이 오프라인으로 열려 함께 했던 시간에 아이와 동행하며 좋아했던 시간의 기억을 기록한다.


여전히 새로움을 향한 시작은 익숙지 않지만,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거창하게 말이 많아졌다. 기록하지 않으면 자꾸 까먹어서 또 잊혀 지워져 버릴까 생각을 끄집어내 글로 적어보는 훈련을 이 공간을 빌어 함께 시작해 본다.


나의 글이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누군가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