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화가가 장군봉 능선을 넘기다
"변칙적인 드라이버 샷으로 장군봉 능선을 넘은 스토리는 어떻게 펼쳐졌을까?"
드라이버 거리에서 난초샷을 벗어난 후로는 간간이 드라이버에 관한 에피소드가 터졌다.
2015년 초여름 태릉CC 장군봉 홀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랜만에 고교 동문 2인, 외부인과 함께 라운드하게 되었다.
고교 선배인 동반자는 장군으로서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이었다.
고교 후배인 동반자는 중령으로서 골프에 입문한 지 10년 정도 된다고 했다.
외부인은 고교 후배의 지인으로서 열정과 구력을 갖춘 고수의 면모가 드러났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강건 스타일의 기업인이었다.
오전 8시경 티오프를 하였다.
진초록빛 페어웨이, 양측의 소나무숲, 그리고 잘 관리된 그린이 출중했다.
아침의 맑은 공기와 수정 같은 이슬이 조화를 이루었다. 자연이 마련해준 선물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골프장이 서울에 있는 데다 집에서 30~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 동반자들은 모두 수준과 매너를 겸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격조 있는 라운드였다.
장군 선배는 동반자들에게 편히 대해 주어 거리감이나 어려움이 들지 않았다.
나머지 두 동반자도 흐름을 타면서 긴장감 없이 즐거운 라운드를 이어갔다.
어느 파4 홀에 이르자, 드넓은 페어웨이가 펼쳐진 채로 오르막을 형성했다.
200m 지점을 고점으로 하여 내리막을 이룬 지형이었다.
“군인이 이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했는데, 티샷 공이 눈에 보이면 장군이 되기 이르다.”
장군 선배가 중령 후배에게 이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잘 쳐보라며 장군봉 스토리를 소개했다.
[2017. 1. 필자 촬영]
아니나 다르까, 그 홀의 아너(honor)인 장군 선배는 드라이버를 쳐서 어렵사리 장군봉 능선을 넘겼다.
중령 후배는 계급 때문인지 몰라도 능선 전에 티샷 공이 머물러 있었다.
두 동문이 티샷을 한 후 필자의 차례가 되었다. 민간인이라서 장군 진급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짤순이 드라이버를 탈출하여 한참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상황이었던지라 내심 장군봉 능선을 넘기겠다는 각오가 불타 올랐다.
롱티에 우뚝 서 있는 백구를 힘껏 쳤다.
긴장과 과욕이 넘친 나머지 좌측 러프쪽의 카트길 옆으로 사라졌다.
장군봉 능선을 넘겨보겠다는 과욕이 앞섰던 것이다.
다시 난초화가로 회귀한 모습에 자책과 회한이 밀려왔다.
모두 티샷을 마친 후 카트를 타고 일단 전진했다.
필자의 공이 능선 너머로 날아가지 않았으니, 장군봉 미담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저 공을 찾는데 급급했다. 한참 카트길 주변에서 공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형! 티샷 공이 장군봉 능선 너머에 있어요!“
중령 후배의 함성을 듣고 모두 그쪽으로 갔다.
티샷 공은 능선 너머 러프에 근접한 페어웨이에 안착해 있었다.
아마도 카트길을 맞고 튀어서 러프쪽에 떨어진 다음 경사를 타고 페어웨이에 굴러들어온 것 같았다.
“민간인이 비책을 동원하여 장군봉 능선을 넘기다니! 하하하!”
라운드 후 식사 때, 장군 선배가 던진 위트에 모두가 박장대소를 했다.
그 후에도 태릉CC에서 라운드를 할 때면 장군 선배의 장군봉 입담으로 옛 추억을 되새기곤 했다.
장군봉 능선을 넘었던 드라이버 스토리는 필자에게 대학시절 롱기스트 상품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골프에 입문하기 전이었지만, 그것은 어쩌면 시공을 초월한 교감의 산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시절 롱기스트 상품의 추억은 무엇일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_1화 주말골퍼의 드라이버 거리는 최대 고민거리
_2화 참담한 비교열위에 대오각성하다
_3화 상하이 출장으로 연습이 중단되다
_4화 정타에서 장타를 향하여 과학에 노크하다
_5화 드라이버 거리는 스윙 스피드에 정비례하다
_6화 롱티 사용과 상향타격으로 백 스핀을 줄이다
_7화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화학적 비결은 무엇일까
_8화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제2의 화학적 도움은 무엇일까
_9화 하마터면 롱기스트 상을 받을 뻔하다
_11화 롱기스트 상품의 추억을 반추하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