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아이언 사고는 도대체 어떻게 일어났을까?”
아이언 사고는 2013년 초가을 서서울CC에서 가진 라운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 동반자들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의사들이었다.
모두 매너와 구력을 겸비해서 분위기도 참 좋았다.
전반 첫번째 파3에 이르렀다. 130여m의 거리여서 버디를 도전해 볼 만했다.
더욱이 티샷구역 주변엔 맑은 연못과 기이한 곡송, 그리고 정연한 관목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그 홀의 자연미를 놓칠 수 없어 캐디에게 특별한 부탁을 더했다.
핸드폰 영상에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주변과 스윙을 담아달라고 했다.
캐디는 난처한 표정을 지을 법했음에도 흔쾌히 응낙했다.
영상에 남을 기록이니 멋진 스윙을 연출하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아너가 순조로운 샷으로 파온에 성공했다.
필자가 두 번째 플레이어로서 어드레스에 들어선 순간 영상 촬영이 내심 신경쓰였다.
하지만 평온한 그린을 향해 에이밍과 기본을 점검한 다음 충실히 스윙에 임했다.
티샷을 마친 후 캐디가 정성을 다해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 필자의 티샷 공이 제대로 그린을 향해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바로 필자의 시선은 다행히 티샷 공의 궤적을 좇아갈 수 있었다.
그 공은 그린의 우측 프린지 쪽으로 순항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2초쯤 지났을 무렵 전혀 생각지 않은 위험 상황이 발생했다.
[2017. 6. 필자 촬영]
앞 팀의 캐디가 갑자기 내리막 카트길을 따라 티샷 공의 낙하지점 쪽으로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어! 큰 일 나는데! 계속 내려오면 공에 맞을 수 있는데 어쩌지? 포~어~얼(Fore)!”
하지만, 그 캐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린의 우측 프린지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날아가는 공과 내려오는 캐디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초조했던 우려는 여지없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 캐디가 티샷 공에 머리를 맞고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이었다.
“아이쿠! 어쩌나! 캐디가 공에 맞아 쓰러졌어요! 사람이 쓰러졌으니 살펴주세요!”
앞 팀 골퍼들이 우리 팀의 고함을 듣고 그린 쪽으로 내려와서 캐디를 부축했다.
우리 팀의 두 동반자가 티샷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으나 신속히 그린을 향해 카트를 몰았다.
그곳에 도착할 무렵, 캐디는 앞 팀의 부축을 받고 일어서고 있었다.
캐디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캐디가 두껍고 넓은 차양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공이 먼저 그 차양에 맞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공이 그 차양으로부터 10cm 정도만 위아래 쪽에 떨어졌다면 끔찍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모자 차양이 공의 충격을 완화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좌측 광대뼈 쪽엔 타박흔이 불그스레 남아 있었다.
마침 동반자인 정형외과 의사와 신경외과 의사가 바로 진단에 착수했다.
다친 부위를 만지고 눌러보더니 골절상은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 팀 플레이어가 그린 주변에 퍼터 커버를 떨어뜨리고 왔는데,
캐디는 뒷 팀의 티샷을 개의치 않고 그것을 주으러 내려온 것이었다.
“만약에 공이 모자의 차양에 맞지 않았더라면 캐디는 중상을 입지 않았겠는가?”
필자와 동반자들은 캐디가 타박상 정도임을 확인한 후에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그후 3,4홀은 멘붕 상태에서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었다.
그 라운드를 통해 골퍼나 캐디가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대 교훈을 얻었다.
지금도 그날의 돌발 사고를 생각하면 아찔한 기억을 떨칠 수 없다.
골프장에서 타구사고의 위험은 상존하지만, 아이언 생크도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라운드에서 필자에게 불쑥 찾아온 아이언 생크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 아이언 생크는 어떻게 발생하였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_12화 동문 후배의 초장타에 경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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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1화 난초샷 드라이버에서 좌충우돌 아이언으로
_2화 문제점에 대한 원인 탐색인가, 구체적 방법론인가
_3화 루크 도널드를 탐방하다
_4화 템포 노하우도 루크 도널드로부터 구하다
_5화 70대 고수의 팁을 보태어 파온 확률을 높이다
_6화 아이언 연습을 통해 벙커샷 이글의 행운을 얻다
_7화 프로와 함께 한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거머쥐다
_8화 홀인원에 10cm까지 다가가다
_9화 중국 쑤조우 라운드에서 벌어진 아이언 스토리
_10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_12화 아이언 생크로 생각지 않은 나락에 떨어지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