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년 생활보다 다사다난했던 한국에서의 10개월 보낸 뒤.
일본에 만 10개월 만에 돌아왔다. 정확히는 출장을 겸한 잠시간의 외출이다. 집에서 한 시간 반정도 걸려 인천공항에 도착 후 티켓 발권을 마치고 도쿄 나리타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로부터 2시간 30분 후 땅을 밟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제 집에 다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껴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갈 ’ 집‘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이 없다. 다른 여행객들과 마찬가지로 ’ 숙박‘을 해야 한다.
도쿄 살면서는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나리타 익스프레스(N'EX)를 타고 신주쿠로 이동했다. 거기서부터는 다시 이전에 타던 노란색 올드한 열차인 세이부 신주쿠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이오기(井荻)로 향했다. 매일같이 타던 노선이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스러운 네모 반듯한 저층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갈 때 나는 ‘띵띵띵’ 하는 경고음도 오랜만이다.
이 열차를 타고 더 가면 전에 살던 곳이 나오는데 중간에 하차하려니 이상했다. 이윽고 다시 마주한 도쿄 주택가의 거리와 상점, 그리고 사람들. 10년 동안 봐왔던 그 느낌, 그 감성이 10개월 만에 변할리 없었다.
짐을 서둘러 풀고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회전초밥집으로 향했다. 약 20여분 웨이팅 끝에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터치패널로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마구로, 아마에비, 카니미소, 아카이카, 미소시루, 다이가쿠이모. 그리고 니혼슈. 딱 내 입맛에 맞는 것들이다.
너무 정신없이 먹은 탓에 금세 윗배가 살살 아파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주한 지난 일상과의 재회가 너무나 반가웠다. 문득 한국에 돌아간 건 실은 전날밤 꾼 생생한 꿈이 아니었나 싶었다.
도쿄에서의 일정은 일주일. 오랜만에 지인들도 만나고 시장조사도 할 계획이다. 일본에 있을 때 놓쳤던 것들은 없었는지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삶을 그려 나갈지 원점에서 다시 한번 그려보려 한다. 내 청춘 인생 고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