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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May 26. 2022

산촌에 내 집짓기(4)

귀촌 준비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우물이 완성되고

전기도 연결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농막 마무리 작업에 돌입!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갑니다.

집이 한 채가 아니고 두 채네요. ^^

저기 뒤에 똑같은 농막이 보이시나요?


우리는 아무 연고도 없는 화천에

어떻게 땅을 사게 되었을까요?


다시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큰 아이 다섯 살,

작은 아이 막 백일이 지나던 무렵.

캠핑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죠.


그때 함께 캠핑을 다닌 

두 집이 더 있습니다.

모두 남편의 직장 동료의 가족들이죠.

남편들은 동료 선후배였고

아내들은 모두 쥐띠 동갑내기였습니다.


결혼도 

1998년 4월

1999년 5월

2000년 6월

이렇게나 순차적으로 한,

비슷비슷한 무리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도 

고만고만했겠죠? ^^



고만고만한 아이들 보이시죠?



그 고만이들이

2014년 봄!

감자 캐기 노역에 동원됩니다.


그렇게 세 집이

압력밥솥 들고 솜이불 들고

원터치 텐트 들고....

2006년!

시작한 캠핑이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안 들쑤시고 다닌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캠핑을 접었습니다.

방황을 끝내고 싶었던 마음이

모두 같았던 것 같습니다.


저와 남편은 

주말마다 좋은 땅 없나? 찾으러 다녔고

J네는 언제부터 준비 한 건지

경매를 쫓아다니고 있더군요.


도로를 종횡무진하며 참 많이도 다녔더랬습니다.


잘 해오던 인테리어를 접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저는

주말드라마 보조작가로 일하느라

땅을 보러 다니는 일도 여행을 다니는 일도

모두 뜸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J네가 전화를 해옵니다.


"화천에 경매 나온 땅이 있는데 우리 같이 해볼까?"


여러 달 경매에 쫓아다니며

양평, 홍천, 가평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던 부부의 제안에

우리는 흔쾌히 YES를 외쳤습니다.


마침 드라마 마지막 회 대본을 넘겨

여유 있는 주말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내 몸에서 피가 철철 나는 길몽을 꾸고

이른 새벽잠에서 깬 나는

태우러 오기로 한 J네 부부가 올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꿈 해몽을 찾아보았습니다.



오늘 보게 될 땅이

어쩐지 우리 땅이 될 것 같았나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도 말씀드렸듯

가을걷이까지 다 끝나 

황량하고 싸늘했던 그 콩밭에

왜 첫눈에 빠져버렸던 걸까요.

ㅎㅎㅎ


그렇게 

경매에 적어낼 금액까지 불러주며

저희 부부는 낙찰 소식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1년을 경매에 쫓아다녔지만

단 한 번도 낙찰받지 못한 J네 부부에게

이 땅이 낙찰됩니다.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시 시세의 절반가로 

1500평의 땅을 낙찰받았습니다.

혼자 하기에 금액이 커서

우리 부부를 끼워주었던 J네 부부의 인심과

저의 길몽이 

합작품을 만들어냈답니다.



그 후 

우리 땅 끝자락과 맞닿아있는

또 다른 땅 1500평을 추가 구입합니다.


있는 땅도 넓은데 왜 그랬을까요?

^^;;


땅 주인이 땅을 내놓았다는 말을 듣고

우리 아닌 다른 누군가가

고요와 이 평온함을 

깰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흑!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서울 것들!

이라는 어르신들의 비아냥을 들으며

우리는

밭과의 고군분투를 시작합니다.


귀촌을 하려는 것이지

귀농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농지를 사놓고

그냥 놀리는 건

동네 어르신들에게 배신이었습니다.

ㅠㅠ



우리의 첫 도전 농작물은

옥수수!!

강원도 옥수수 맛난 거 다 아시죠?


화천읍 시장에서

모종 두 판을 과감하게 사 와서

주우욱~~~ 심었습니다.


부족한 주인을 만난 옥수수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 자라주었습니다.

^^

직접 지어 그런지

맛 또한 끝내주었답니다.


각종 쌈 채소도 심고

고추와 꽈리고추, 방울토마토도 심고

감자도 심었습니다.


감자는 정말 많이 심어서

심으면서도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너무 많으면 지인들한테 한 상자씩 팔지 뭐!'


막 농사를 시작한 주제에

넘쳐날 수확물 걱정에

날마다 즐거웠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감자가

수확물의 전부였답니다.

ㅎㅎㅎㅎㅎ


그래도 어찌나 뿌듯하던지.


감자 캐기 후 집 입구에 흐르는 개울물에 발 닦고 있는 아빠들과 아이들입니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귀농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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