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사실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자리에 있었던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예전부터 종합운동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동대문 주변 외국 관광객들과 트렌디한 패션의 중심이 된 큰 빌딩들 사이에서 낡고 흉측한 건물로 전락한 후, 2007년 ddp 건설을 위해 철거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다다. 4년의 외국생활을 마친 후 한국에 들어와 여행을 하던 중,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터라 디올정신 (Espirit Dior) 전시회를 보러 우연찮게 찾았다. 전시회도 디올다운 명품 비주얼을 맘껏 뽐냈지만, 나는 웅장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디자인에 매료됐다.
4만 5천 장이 넘는 알루미늄 패널로 구성된 세계적인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ddp는, 유선형 외관을 통해 각도에 따라 지루하지 않은 모습을 선사하고, 패널 하나하나에 뚫린 작은 구멍 사이로 야간에 나오는 LED조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잘 보존돼 있는 서울성곽 주변으로 꾸며진 LED 장미공원은 ddp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밤하늘에 수 놓은듯한 별들 같은 장미들을 보면 누구나 탄성을 자아내며 카메라를 꺼내게 한다. 주변에 벤치도 놓여있어 시끄러운 도심 속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건물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외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인테리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메인 건물인 배움터의 디자인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깨끗하게 잘 관리된 순백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복도 중간중간에 놓인 의자 하나하나는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라 단조로울 수 있는 실내에 포인트를 준다.
둘레길을 돌며 천천히 감상할 시간이 없다면, 빠르게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 있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밝은 분위기의 순백색의 계단은 따뜻한 느낌의 원목 나무를 품고 있는데, 불규칙적이고 매끄러운 곡선으로 각 전시장이 있는 층들을 연결해준다. 각 층마다 아주 친절한 안내요원분들이 계신다.
이 외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디자인에 관련된 전시회가 항상 있고,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소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디자인샵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번 주말, 이렇게 멋진 서울의 현대와 미래를 책임질 랜드마크인 ddp에 가보는 건 어떨까.